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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마음문 노크하기 ㅣ 대반전을 위한 17세의 교양
서선미 지음 / 들녘 / 2011년 9월
평점 :
'인생 전부를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주는데 올인하기로 마음먹고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전부를 아이들과 보내고 있다’는 저자는, 12년째 청소년센터의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햇살쌤’이라는 애칭에 어울리게,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인 시선이 듬뿍 느껴진 책이었다.
흔히들 “요즘 애들 철없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요즘 애들” 하는 짓 보면 말세라고 한탄했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사람들은 쉽게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는 것 같다. 나도 돌이켜보면, 청소년기 때 어른들이 쉽게 사춘기라서 그래, 운운하는 말들이 참 듣기 싫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유 없는 반항, 일시적인 방황” 뭐 이런 표현들도 짜증났다. 내 반항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고 내 방황도 잠시 스쳐가는 종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 또한 지금 개구리이기에 온전히 올챙이의 마음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원래부터 개구리였던 척하지 않으려고, 지금도 내 안에 존재하는 올챙이의 존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편한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한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인생의 시기를 그저 ‘사춘기’라는 한 마디로 규정하는 건 너무 성의없는 처사로 보인다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가족, 꿈, 친구, 정신건강과 성, 이렇게 다섯 가지의 큰 주제로 분류해서 여러 상담 사례들과 그 사례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처방, 그리고 각 사례가 끝날 때마다 햇살쌤이 그 사례의 주인공들에게 짤막한 편지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민하는 청소년에게도, 자녀와의 소통에 고민하는 부모님에게도 다정하게 말을 거는 편지글이 믿음직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자녀와의 대화가 ‘대’놓고 ‘화’내는 것으로 전락(?)한 부모님들을 다독이며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글들을 읽으며 정말 세대 간의 다리가 되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소영이 어머니, 그냥 궁금하게 여겨 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궁금한 게 많은 것처럼 소영이 어머니께서도 궁금하게 여겨서 소영이랑 눈을 맞추고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면 소영이가 훨씬 더 좋아할 텐데요. 아마 소영이는 이런 이야기들을 낯선 저보다는 사랑하는 엄마와 더 많이 나누고 싶을 거예요. 정말이라니까요!”(35쪽)
“햇살쌤의 편지”가 끝나고 나면 “마음문 노크하기” 코너도 마련되어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의사소통 그림 그리기, 꿈의 목록 작성하기, 대인관계 지도 그리기 등을 활용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코너였다. 실제로 활용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마지막 부분에서 말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마음에 들든 마음에 들지 않든 내가 선택한 것이다’(325쪽).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제껏 해 온 선택의 누적분이 곧 지금의 나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용감하고 즐겁게 행동하기 바란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청소년기는 힘들고 괴로움도 많은 시기지만, 또한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가 아닌가. 바라건대 모두 복되기를, 힘내서 이 빛나는 시기를 후회 없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를.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