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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가이드 ㅣ 국제자연환경교육재단 환경교육총서 1
데이비드 스즈키 & 데이비드 보이드 지음, 국제자연환경교육재단 옮김 / 도미노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데이비드 스즈키. 왠지 저자 이름이 굉장히 낯이 익다 했더니, <강이,나무가,꽃이 돼 보라>라는 책의 저자였다. 이 책을 읽고 깊이 감동받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이 지구에서 인간으로 살고 싶으면 꼭 읽어봐라’면서 열심히 광고(?)를 하곤 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품절상태라고 한다. 흑흑. 널리널리 읽히고 사랑받을 책이 되길 그토록 바랐건만.
아무튼 이런 연유로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의 재출간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그린가이드>를 펴 들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책은 국제자연환경교육재단의 교육서답게, 쉽고 간결한 문체로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지침들을 차근차근 제시해 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가운데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또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p.11)는 주제를 실천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쉬운 지침들을 준다는 점에서 대견스럽고 고마운 책이다. 각 장마다 ‘지혜를 모으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꼭지가 있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요령을 간결하게 제시해 놓았다.
‘생태발자국’ 개념을 내가 처음 알게 되고, 로컬 푸드 운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좋아하던 바나나와 이별(!)하게 것은 몇 년 전이었는데 이 책에서 그 개념을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반가웠다. 1장에서 저자는 지구가 1년 동안 한 사람을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생산해야 하며,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처리해야 하는지 가늠하는 지수인 ‘생태발자국’ 개념을 소개하면서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확한 예를 들어 주고 있다. ‘집 앞마당에서 키운 사과’와 ‘외국에서 수입한 사과’를 비교하며 수입 사과가 국산 사과보다 재배하고, 수확하고, 슈퍼마켓까지 옮기고 이동하는 데 훨씬 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고, 어마어마한 배출물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이해하게 해 준다. 결국 우리가 생태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사람이 자원을 쓰레기로 바꾸는 속도가 자연이 쓰레기를 바꾸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p.15)이다. 우리가 지금처럼 멋대로 자원을 쓰고 마구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면 지구가 서너 개여도 모자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듯 ‘지금이 미래를 올바르게 만들기 위한 마지막 기회’(p.190)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고, 작은 것들부터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2장에서는 냉난방, 전자제품과 조명의 사용 같은 살림법, 3장과 4장에서는 음식, 교통수단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친환경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5장에서는 친환경적으로 쇼핑하는 법, 그리고 6장에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고자 여러 사람의 힘을 모으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학적인 증거를 짚어가며, 여러 영역들을 찬찬히 챙기면서 우리가 어떻게 일상생활에서 생태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지를 친절히 알려주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사실 기후이변, 사라지는 생물종의 다양성, 갖가지 유독성 물질에 대한 오염 등 환경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단지 ‘나와 내 가족의 일’로 아직 피부에 와 닿고 있지 않을 뿐. 환경오염으로 ‘지금’ 죽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류는 환경을 무모하게 대했던 과거의 잘못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즉, 환경오염으로 죽는 사람은 하루에 1만 5천 명, 한 시간에 625명인 셈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에도 5명이 세상을 떠났을 것이다. 물론 희생자 대부분은 아이들일 것이다.’(p.188)
선택은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아직 우리의 일은 아니라며 팔짱끼고 방관할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선택과 환경에 우리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삶을 살 것인지. 저자는 말한다.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몸에 익히는 것은 마라톤과 같다. 몇 킬로미터를 달리든 모든 마라톤 경기는 첫 발자국을 떼는 것부터 시작한다.’(p.180)고. 나의 마라톤에 든든하고 즐거운 격려가 되어 준 이 책,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