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의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10
글로리아 웰런 지음, 범경화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국가에 권력이 필요 이상으로 주어졌을 때 국가가 개인의 삶에 어떻게 침투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책 소개글을 읽으면서 정말 읽은 마음이 들었다. 요즘 들어 국가에 대해서,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올 한해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또 다른 나라들에서도. 42년 동안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카다피의 사망소식에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리비아 국민들을 보면서도...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그리고 또 어떻게 그것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인 1976~1983년의 아르헨티나. 군부독재를 겪었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도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정권은 좌익 게릴라 소탕이라는 명분 아래 무제한의 국가 폭력을 동원하여 무고한 시민들을 불법체포, 납치, 고문, 사살하였다고 한다. 오죽하면 추악한 전쟁이라 일컬어지는지. 우리나라의 군부독재 시대를 떠올릴 때도 그렇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나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내가 만약 이 때를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고. 쉽지 않은 질문이다. 에두아르도처럼 아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지식인의 의무라는 것을 알지만, 아들이 사회의 부조리를 외치다가 겪을 고초를 생각하는 부모님과 가족을 도저히 외면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니, 그 고통과 탄압을 견뎌낼 자신이 없다는 것이 더 정직한 표현일 것이다.  

실비아와 에두아르도 남매가 서로에게 보내는, 부치지 못하는 편지. 실비아의 시점과 에두아르도의 시점을 번갈아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들을 읽으며 가슴이 너무 아팠다. 참혹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현실,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남매의 마음이 느껴져 더욱 애달픈 것이었다. 그런 극한 상황에서도 사람을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래도 살아남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 것 같았다

치열하던 이야기 전개가 후반부에서 너무 순순하게, 다소 맥이 풀리는 것 같이 마무리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제 3세계를 배경으로 많은 의식있는 작품을 쓴 몇 안 되는 미 소설가글로리아 웰런을 알게 되었고(그녀의 대표작이라는 인도의 딸이라는 책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우리에게 월드컵의 나라나 에비타의 나라 정도로만 알려진 아르헨티나의 알려지지 않았던 아픈 역사에 대해서 알게 해 준, 고마운 소설이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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