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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넷, 물음표 위에 서다 - 빛나는 삼십 대를 위한 현실적인 멘토링
권은아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갑자기 퍼부은 소나기를 맞은 이후부터, 스멀스멀 몸살 기운이 돌면서 몸이 으슬으슬하던 어젯밤 담요를 두르고 이 책을 읽었다. 덕분에 자신의 삶을 뭉근하고 꾸준하게 부어가는 ‘적금 스타일’이라고 명명하는 그녀의 치열한 인생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내 저질체력에 대한 투덜거림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매일매일 물 한 바가지씩 부어가며 키우는 콩나물을 자신의 삶에 빗대던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밑이 터진 시루를 통해 물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이 보여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매일매일 한 바가지씩 물을 부어 주다보면, 어느새 쑥 하고 자라있는 콩나물 같은 삶! ‘매일 매일의 작은 성실함이 쌓여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때부터다. 매일 물 한 바가지를 주듯이, 그렇게 모든 일에 꾸준하고 성실하게 노력해 온 것, 그것이 나의 유일한 인생 해법이다.(19쪽)’ 라고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일까. 언뜻 특별해 보이지 않는, 평범해 보이는 인생 해법이지만, 그 쉼없는 꾸준한 노력이라는 것이 모든 위대한 성취를 만들어 낸 힘일 것이다.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어떤 성공이 방정식이나 법칙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에세이를 읽듯이 자신이 겪어온 시간들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항상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나를 감동시키는 멋진 언니와 맥주 한잔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푸근한 느낌.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와 학비를 충당하면서 바쁘게 살았던 대학생활, 짝사랑으로 인한 가슴앓이, 갑작스럽게 닥친 아버지와 은사님의 죽음, 오래된 친구들에게서 받은 상처, 힘들었던 유학생활에서 죽음을 결심했다가 내일까지 내야하는 페이퍼를 생각해내고는 '내일 죽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던 사연(나같이 마감을 잘 미루는 사람이라면 따라하기 힘든 '자살예방의 노하우'다!), 17년간의 치열했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학생이 된 결심...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성장의 끝이 아니라 과정이며, 산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성장의 과정이라고 말하는 그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자주 감탄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밤이 깊어갔다.
우리의 미래는 언제나 알 수 없는 법이지만 그녀 말대로 도전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고, 최선을 다하기에 늦은 나이는 더 없다. 나는 항상 내 마음속 울림에 귀 기울인 선택을 했고 거기에 최선을 다 해 왔는가를 되돌아보며 질문하게 만드는 그녀의 삶. 그 순수한 치열함에, 두려움없이 도전을 선택하고 두려움보다는 설렘에 더 주목하는 그 모습에 기분좋게 전염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살아보니,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날은 절대 없었다. 내일은 오늘의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148쪽)
요즘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 때문에 "오늘도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거고..."를 나도 모르게 입에 달고 살던 나. 이 구절을 읽으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설령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외부요인이 변하지 않을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나에게 달린 일이었다는 것을 왜 잊고 있었던가. 살면서 겪는 고통이 나를 파괴시키는 힘이 될지, 나를 더욱 단련시키고 성장시키는 성장통이 될지 선택하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일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