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따뜻한 햇살에서 - 텃밭 옆 작은 통나무집 88세, 85세 노부부 이야기
츠바타 슈이치.츠바타 히데코 지음, 오나영 옮김 / 청림Life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의 사진이 참 따뜻하다. 보고 있으면 내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느낌이 든다. 연둣빛 가득한 나무들을 배경으로 나란히 앉아 햇살처럼 웃고 있는 노부부의 얼굴. 나중에 이렇게 나이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서로를 위하고 아끼면서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일구어가며 사는 정겨운 모습이다. 텃밭 옆에 작은 통나무집을 짓고 채소와 과일을 기르고, 직접 옷감을 짜고, 무엇이든 이웃과 즐겁게 나누고 사는 인간미 넘치는 삶......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활을 담은 사진과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맛깔나게 어우러진 츠바타 하우스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것 같았다.

 

함께 해 온 50여 년의 세월동안 계속 사이좋은 부부로 지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털털한 성격의 히데코 할머니와 정리정돈을 잘하고 매사에 꼼꼼한 슈이치 할아버지는 서로의 다른 성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배려해준다. 덜렁대는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가 텃밭 여기저기에 매달아둔 밝은 노란색의 명찰,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할아버지를 위해 할머니가 매일 아침 밭에서 솎아온 채소와 과일로 만드는 주스, 할머니의 정성으로 준비한 일상의 상차림을 살뜰히 그려 기록해 둔 할아버지의 일러스트...... 소박하고 풍성한 츠바타 하우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이 부부가 바지런히 생활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는 200여평의 텃밭을 살뜰하게 구획을 나누어 채소 70종, 과일 50종을 매일 돌보는 일은 젊은이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여든을 훌쩍 넘긴 노부부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일한다. 그리고, 그 노동의 대가로 얻은 수확물들에 정성을 더하여 아낌없이 나눌 줄 안다. 도쿄에 사는 딸과 손녀, 친구들에게 떡을 보내줄 생각으로 설레며 아침에 캐온 쑥으로 어영차 어영차 둘이 힘을 합해 떡메치기를 하는 모습,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거둔 과일과 직접 만든 잼을 나무판에 새긴 그림편지와 함께 소포를 꾸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래서 더욱 정겹고 아름다워 보인다.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고 풍성하게 채워가는 이 부부의 푸근한 미소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 나도 할머니가 되었을 때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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