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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서 연어낚시
폴 토데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사막에서 연어낚시라니...? 게다가 장르가 무려, 정치풍자코미디소설이다. 책을 펼치니 독특한 제목만큼이나 소설의 전개방식도 무척이나 독특하다. 소설 전체가 등장인물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편지의 내용, 주인공 알프레드가 세세하게 써내려 나간 일기, 조사관과 심문한 내용, TV방송 인터뷰 등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보니 처음에는 이 다채로운 재료들로 이야기의 전개과정을 머릿속에서 짜 맞추느라 살짝 귀찮은 느낌이 있었는데, 웬걸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독특한 구성이 주는 묘미에 풍덩 빠져버렸다. 같은 시간을, 사건을 회상하면서도 각자의 시선에 따라 서로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추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멋진 구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낚시를 지극히 사랑하는, 그래서 자기 나라 사람들에게 연어낚시를 누리는 기회를 주고픈 한 예멘 족장의 소박한(?) 소원이 교묘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왜 무슨 사고가 터졌다하면 그 사고를 수습하고 제자리에 돌리려는 노력 대신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에만 혈안이 되는지, 왜 연어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이들이 ‘언론홍보용 사진’을 찍는 일에는 그렇게 열심인지, 왜 평생 낚싯대를 잡은 적조차 없는 수상이 꼭 완공식 당일에 멋지게 연어를 낚아 올리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야 하는지, 왜 국가의 명을 받고 나간 임무 중에 행방불명된 약혼자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것인지... 현실의 정치세계를 따끔하게 풍자하는 듯 거침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이 연어 프로젝트를 터무니없다고,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어류학자 알프레드는 서서히 변해간다. 그냥 정해진 대로, 특별한 문제도 없지만 특별한 열정도 없이 그냥 안정적으로 흘러가던 그의 삶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행복했다. 시종일관 흔들리지 않는 모습과 현명한 통찰로 알프레드에게 믿음의 힘을 깨닫게 해 준 족장, 그리고 힘든 프로젝트 과정 내내 곁에서 힘이 되어준 사려 깊은 파트너 해리엇을 통해 점점 진짜 자신의 모습이 되어가는 알프레드. 그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추진했던 연어 프로젝트의 결과를 과연 우리는 실패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정부 산하 국립해양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의 연구원이었던 그는 지금은 어린 연어를 키우는 일을 하고 있다. 공무원이었던 때보다 급료도 훨씬 줄어들었고, 또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일하느라 힘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그는 연어 프로젝트 이전의 자기를 그리워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이제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