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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애덤 그랜트 지음, 윤태준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와! 비즈니스/자기관리 분야의 책이 이렇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니. 꽤 두꺼운 책이었지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고, 읽으면서 마음이 참 훈훈해졌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야”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통념에 따르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는 능력, 성취동기, 기회라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애덤 그랜트는 여기에 대단히 중요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네 번째 요소,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등장시킨다.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우리는 보통 무언가 선택을 하는데, 상대방에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으려고 하는 쪽(taker) 혹은 되돌려 받을 것은 생각하지 않고 주는 쪽(giver)는 그 양쪽 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흔한 유형인,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쪽(matcher)가 있다.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원리, 말 그대로 give & take의 공평함을 원칙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나는 셋 중에 과연 어떤 유형일까? 동생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뭔가 돌보고 나누어야 하는 환경에서 큰 덕분인지 꽤 오랫동안 기버였지만, 직장생활에서 여러 번 ‘호구’가 된 뼈아픈 경험은 나를 매처로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아니 매처가 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험난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것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착한 사람이 바보같이 손해 보거나 쫄딱 망하는 유형의 이야기도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많이 접했을 것이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이라든가,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으면서 그것을 정말 자신의 삶의 잣대로 삼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우리는 대개 ‘남에게 퍼주다 자기 밥벌이를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 경험을 떠올려 봐도, ‘주는 사람=어수룩하고 남에게 이용당하기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되기 싫어서 안간힘을 썼던 것 같다.
저자 애덤 그랜트도 이 통념의 상당부분을 분명히 인정한다. 세 가지 행동유형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역시 기버가 다른 두 유형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른다는 것이다. 남을 이롭게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공 기회를 희생하느라 불리한 입장에 놓이는 기버는, 성공 사다리에서 가장 밑바닥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들이라고 한다. 뭐 예상한 결과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르는 사람들은 테이커나 매처가 아닌 기버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다양한 연구 결과와 실제 수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저자 스스로 경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통찰을 얻은 사례들도 풍부하고 재미있다.
‘승자의 아량’이라는 이야기도 있듯이, 우리는 흔히 먼저 성공을 거둔 다음 나중에 베푸는 삶을 살 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숱한 인물들은 그런 일반적인 전략을 뒤집는다. 먼저 베풂으로써 훗날의 성공을 위해 좋은 위치를 차지할 발판을 만들어나갔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반대쪽에 패자가 있기 마련인 테이커의 승리가 기버의 승리가 다른 점이다. 테이커의 승리는 질투와 의심을 사는 반면, 기버의 성공은 응원과 지지 속에서 폭포처럼 쏟아지며 멀리 퍼진다. 다른 사람을 밀어 떨어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이로운 방법을 찾아내 정상에 오른 기버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책에는 가득 담겨 있다. 개인과 전체의 성공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실용적인 지침들도 가득하다. 특히 6장 ‘이기적인 이타주의자’에서는 기버가 어떻게 하면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지 그 비결을 파헤치고, 성공한 기버와 실패한 기버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세밀히 분석한다. 또 7장 ‘호구 탈피’(제목이 이렇게 직선적일수가^^;)도 흥미진진했다. 잠재적인 사기꾼인 상냥한 테이커를 어떻게 판별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관대하게 행동하면서도 만만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테이커를 상대할 때는 매처로 전환하여 팃포탯(tit for tat, 맞대응)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에이브러햄 링컨의 예처럼 너그러운 팃포탯 전략을 써야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 독선, 이기주의, 오만과 가장 거리가 멀었다는 링컨의 여러 일화들은 숙연함마저 느끼게 했다. 어쨌든 전쟁터로 묘사되는 정치판마저 비옥한 토지로 삼을 수 있는 것이 기버의 진정한 힘인 것!
그럼 뭔가를 얻을 목적으로 베풂을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성공에 필수적인 인간관계와 명성을 쌓으려는 희망으로 남을 돕는 ‘전략적인 매처’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저자는 장기적으로는 그 대답이 ‘노’일 것이지만, 전략적인 매처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다른 결과를 이끌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비록 동기가 혼재되어 있을지라도 남을 돕는 행동은 사회 전체의 베풂의 양을 증가시키므로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전략적인 매처일지라도 타인을 이롭게 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면 궁극적으로 자신에게서 기버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점점 호혜의 스펙트럼 끝에 있는 이타적인 행동 양식으로 옮겨가게 된다는 것. 끄덕끄덕.
베풂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저자의 따뜻한 메시지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베풂은 100미터 달리기에는 쓸모가 없지만 마라톤 경주에서는 진가를 발휘한다.”(38쪽)라는 말에 밑줄을 그어본다. 인생은 나 혼자만 모두를 젖히고 뛰어가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고, 성공이란 냉혹한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전체가 부분의 합계보다 크다고 믿는 기버들. “이 세상을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놓고 떠나고 싶습니다.”(285쪽)고 주저 없이 이야기하는 그들 중의 하나가 되고 싶다. 마치 체력 단련처럼, 호의라는 근육도 단련하면 단련할수록 점점 더 강해진다고 한다. 내 베풂의 근육이, 다행히도 완전히 퇴화하기 전에 이 책을 만나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