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 - 마이클 무어의 파란만장 인생 도전기
마이클 무어 지음, 오애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Here Comes Trouble, 이 책의 원제를 보고 잠시 웃었다. 마이클 무어표 자전적 에세이 제목으로 정말 딱이다 싶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Trouble maker'로서의 그의 삶을, 원제는 또렷하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 뭔가 멋있어 보이는 한국어판 제목도 괜찮긴 하지만(아마 문젯거리라고 번역하면 그 느낌이 안 살아서 제목을 바꾼 것 같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속속들이 털어놓는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가는 책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렇게 배짱 두둑하고 특이한 사람이 이 세상에 나타나게 된 걸까? 그리고 역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마치 그의 다큐멘터리처럼, 진지하면서도 뒤집어지게 웃기고 속 시원하면서도 한편 가슴 찡하기도 하고...

 

프롤로그는, 2003년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무대 장면에서 시작한다. 마이클 무어가 미국의 총기 문화를 비판한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그 유명한 수상 소감을 날린 후 그가 겪었던 상황들이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반란 덕분에 미국에서 가장 증오받는 남자의 지위를 갖게 된그에 대한 위협과 위해 시도가 증가하면서, 24시간 아홉 명의 전직 해군 특수부 요원들이 배치되었다고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벌 떨며 몸을 낮춰 살았겠지만(하긴 보통 사람이라면 애당초 그런 상황에 처하지도 않았겠지만), 다음 영화에 제작비를 대기로 했던 영화사에서 계약 취소 통보까지 받은 상황에서 그는 미국 대통령을 전범으로 주장하는 영화 <화씨 9/11>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제작 팀원들에게 영화계의 마지막 일자리가 될 것을 각오하고 일할 것을 주문하면서.

 

’Here Comes Trouble‘, 정말이지 마이클 무어는 가는 곳마다 말썽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그 말썽은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세상을 향해 막무가내로 주먹을 휘두르는 식의 말썽이 아니다. 호기심을 어떻게든 파고들고 불의를 감지했다하면 끝까지 추적해가는 씩씩한 말썽꾸러기!

자라면서 의문이 드는 일, 불공평하고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일을 만날 때마다 그는 세상이 그렇지하고 못 본 체 하거나 눈을 감지 않았다. 두려움 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권위에 반항하고, 자신의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할 말을 한 대가를 치르면서도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덕분에 전 과목 A를 받고서도 신학교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학교 이사회의 최연소 이사로 선출되었지만 이사회에서 그를 해임시키려 하기도 하고, 창간한 신문사는 비리를 취재하다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하고... 정말이지 파란만장하다는 말밖엔 나오지 않는 그의 인생. 주인공은 영화 주인공처럼 온갖 고생을 하는데, 근데 어쩐지 보는 내내 유쾌하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그의 배짱과 용기를 백분의 일이라도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 보이스 스테이트(리더십 캠프)에 참가한 고등학생 마이클 무어, 우연히 감자칩 자동판매기에 붙어있는 엘크스 클럽 주최 에이브러햄 링컨의 삶연설 콘테스트 광고쪽지를 보고 활활 불타오른다. 한 달 전, 지역 골프 클럽인 엘크스 클럽에 마이클 무어의 아버지가 가입하려고 하다가 신청서 맨 위의 백인 전용구절을 보고 거부했던 것이다. ‘어떻게 일너 콘테스트를 후원함으로써 링컨의 고귀한 이름을 더럽힐 수 있는가로 시작하는 연설로 콘테스트에서 우승자가 된 마이클 무어는 언론을 통해 그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열일곱 살 소년의 분노와 용기는 그 후 워싱턴 연방법원을 움직였고, 미국의 공공 클럽과 프라이빗 클럽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지던 인종차별이 금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소중한 교훈을 배웠다는 점이다.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아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람도 그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생각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또 변화를 창조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다 바쳐 대규모 집회와 조직 활동을 하고, 시위를 벌이며,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앵커와 텔레비전 인터뷰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감자칩 한 봉지 때문에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143)

 

자신을 세상에 맞추어가는 대신 세상을 자신에 맞추려 하는 사람을 어리석다고 하던가? 하지만 세상이 조금씩 변화되는 것은 그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노력 때문일 것이다. 마이클 무어, 끊임없이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어가는멋진 트러블 메이커! 그의 유쾌한 열정과 에너지에 전염된 듯 가슴이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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