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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일광욕 습관 - 일광욕으로 햇볕을 듬뿍 쐬면 의사도 약도 필요없다!
우쓰노미야 미쓰아키 지음, 성백희 옮김 / 전나무숲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며칠 전, 우연히 지나가다 본 TV 프로그램에서 비타민D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의 체내 비타민D 수치가 세계적으로(!) 낮다는 것이었는데, 어느 정도냐면 차도르를 쓰고 종일 생활하는 이슬람권 여성들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햇볕을 피하는 생활을 하길래 이렇게 된 걸까. 아침에 근처 산책로를 돌다보면 헉! 할 때가 많다. 이른 시간이라 햇빛이 그리 강한 것도 아닌데, 선캡에 얼굴을 다 가린 희한한 마스크를 쓴 분들과 종종 마주쳐서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외선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눈물겹기도 하고, 일단 본인들은 안 갑갑한가 싶기도 하고.
물론 이런 '자외선 경계증'은 비단 '하얀 피부'를 원하는 여성들만이 아니라, 냉난방이 완비된 실내에서 쾌적하게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은 누구나 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 우쓰노미아 미쓰야키 의학박사가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자외선을 차단하는 현대인들을 얼마나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지가 뚝뚝 묻어난다. 특히 새하얀 피부를 지킨답시고 고마운 태양의 은혜를 저버리는 '미백열풍'을 두고는 분노의 기운마저 느껴진다.^^;
'우선 경고부터 하겠다. 피부가 새까맣게 탈까 두렵다는 이유로 햇볕을 피하다 보면 머지않아 자리보전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19쪽)
이렇게 가끔 협박(?)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책은 전체적으로 햇볕처럼 푸근하다. 어렵고 복잡한 전문용어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자외선에 대해 우리가 오해했던 것을 하나하나 풀어주고, 햇볕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주고 있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칼슘 대사에 힘을 쓰는 비타민D의 합성으로 뼈를 튼튼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인체에서 일어나는 여러 활동들을 정상화하고, 우울증을 예방하고, 수면장애를 해소하고,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대사증후군을 개선시키는 등... (헉헉, 나열하기 힘들다) 우리의 몸과 마음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혜택을 '아낌없이 주는' 햇볕.
특히 '일광욕이 최고의 안티에이징 요법'이라는 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안티에이징 업계(?)에서 자외선은 '공공의 적 No.1'쯤으로 취급받는데, 이게 무슨 얘기일까. 햇볕을 정기적으로 쐬면 내분비계의 기능이 개선되어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해져서 '회춘 효과'를 촉진한다고 한다. 또한 피부 모세혈관의 혈류를 개선하고 피부의 대사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피부를 싱싱하고 윤기 있게 만든다니, 적당한 햇볕이야말로 비싼 화장품보다 더 귀한 '무료 안티에이징 센터'인 셈이다.
'약도 없고 질병의 원인도 몰랐던 시대에 인류는 햇볕을 쐬어 건강을 되찾았다'(193쪽)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약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약을 살 수 있는 시대, 우리몸의 자연치유력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히포크라테스는 "인간은 자신의 몸속에 최고의 명의를 두고 있다"고, 그리고 자신의 일은 다만 '그 명의를 불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때의 '명의'는 자연치유력이고, 히포크라테서가 명의를 불러내기 위해 추천한 방법이 바로 일광욕이라고 한다. 일광욕을 지속하면 몸은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기능과 잊고 있었던 기능까지 회복시킨다고 하니, 이것이 곧 자연치유력의 상승인 것이다. 나이팅게일 역시 크림전쟁 때 과감히 부상병들을 실외로 옮겨서 치료에 커다란 성과를 올렸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터에서 귀국한 뒤 병원을 지을 때 채광과 통풍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단다.
이 책을 통해, 햇볕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제라도 자외선에 대한 편견을 말끔히 걷어낼 수 있어서, 자외선이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많은 이득을 주는지를 알게 되어서 정말이지 다행이다.
점심을 먹고 의자에서 뒹굴고 싶은 맘을 꼭꼭 접어넣고, 잠시 짬을 내어 햇볕 속을 걸어본다. 저자의 표현대로, '햇볕은 모든 인간에게 무상으로 주어진 권리'(195쪽)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는다. 햇볕을 통해 생명을 얻고 있는 지구상의 한 개체가 새삼스럽게 느끼는 이 경이로움. 고맙다, 햇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