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가격 -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인생을 만드는 삶의 미니멀리즘
태미 스트로벨 지음, 장세현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물건이 우리 삶에 미치는 숨겨진 영향을 세심히 살피는 것, 나는 이것이야말로 상황을 변화시키는 첫걸음이라고 믿는다.'(애니 레너드)

'물건은 의미 있는 목적에 보탬이 되고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물건이 우리를 소유하게 된다.'<물건의 가격>,54쪽

 

마침 애니 레너드의 <물건 이야기>를 읽고, 뭔가 변화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인터넷 쇼핑몰 위시 리스트에 '사려깊게' 고이 넣어두었던 목록들을 향해 과감히 '삭제' 버튼을 누르고, 또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차에 참으로 시의 적절하게 이 책 <행복의 가격>을 만났다. 그리고, 이 책이 전하는 삶의 방식에 진하게 공감했다. 이 마음이 식기 전에, 타성에 젖기 전에 얼른 움직여야지! 지금 내 방과 창고에 쌓인 물건들을 '꼭 필요한 것','친구들에게 나누어주거나 기부할 것','팔 것'으로 열심히 분류하고 있는 중이다.

 

원제가 'You can buy happiness(And it's cheap)'인데, 음, 뭐랄까 원제도 한글제목도 그리 와 닿진 않는다. 너무 '행복'이란 말이 남용(?)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그런지, 아무튼 무슨 비지니스쪽 자기 계발서 제목같은 느낌을 주는 책 제목이 좀 아쉽다. 좋은 책인데, 혹시 제목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쳐다보지 않는 독자가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오지랖이 고개를 든다. 부디, 책 표지의 사진-꼬마 집 앞에서 환히 웃으며 손 흔드는 사람들-을 보시고 호기심을 발동시켜 주시길!

 

저자 태미 스트로벨은 2007년의 마지막 날, 작고 아담한 바퀴 달린 주택의 삶을 소개한 짤막한 유튜브 영상 한 편을 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리고 삶을 단순화한다는 발상에 매료되었고, 자신의 삶을 서서히 '다운사이징'하기 시작했다. 전환점을 맞이하기 전까지 소위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태미는,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그때의 자신을 돌아본다.

 

'행복해 해야 마땅한, 지극히 운 좋은 사람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이상형의 남자와 결혼했고, 안전한 동네에 자리 잡은 근사한 투룸 아파트도 있었고, 옷장에는 옷이 가득했고, 괜찮은 자동차도 있었다. 그런데도 내가 왜 이리 우울한지 알 수 없었다.'(42쪽)

 

신용카드 빚, 자동차 구입비 대출, 주택담보 대출 등을 갚느라 일에 매달려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고... 이렇게 일과 소비만 되풀이하는 악순환에 빠져서, 커다란 아파트를 꼭 갖고 싶지도 않은 물건으로 가득 채우며 사는 삶. '나는 소유한 물건을 유지하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었다'는 태미의 삶은 극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자동차를 팔고 자전거로 이동하고(태미 부부는 전보다 날씬해졌다고 한다^^)... 이렇게 5년에 걸쳐 계속 물건을 줄이고 세 번의 이사끝에, 지금은 바퀴 달린 3.6평의 '작은 집'을 짓고 가족과 이웃들과 풍요로운 공동체 생활을 꾸리고 있단다.

 

'소박하게 사는 법을 배운 덕에 내 삶에는 크나큰 기쁨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일정한 시점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며 지금도 배우는 중이다. 나는 물건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때로는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일임을 느낀다.'(265쪽)

그렇다, 소박하게 산다는 것은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 그리고 '보기보다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 태미와 남편 로건의 이야기에 많은 공감이 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TV와 쇼핑으로 풀던 평범한 중산층 부부가 어느날 갑자기 짠!하고 '소박한 삶'으로 변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바뀌는 것에는 시간이 걸리고 좌충우돌하는 순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담담하게 전해주는 그 과정들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절로 내 삶의 모습도 돌아보게 된다.

 

태미는 물건을 처분하고 간소한 생활을 하자는 로건의 제안에 처음에는 불안해한다. 사람들에게 가난하게 보이기도 싫었고, 여전히 교외에 그림같은 집을 장만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우리 물건을 자선단체에 내준다는 건 멍청한 생각 같았다. 이 물건들을 사 들이느라 쓴 돈이 얼만데 이걸 왜 남들에게 거져 준다는 건가?'(48쪽)의 솔직한 이야기에 키득키득.

로건과 작은 집을 짓는 일에 대해 의논하며 활기와 행복을 느끼다가도, 물건 목록을 만들며 '절대로 다 안 들어갈 텐데'하고 걱정을 숨기지 못하기도 하고. 자연재해에 대비해 여분의 식량을 보유하는 게 좋다고 주장하는 로건과, 곡물을 배량 보관하는 문제를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태미는 로건을 다람쥐라 불렀고 로건은 태미에게 무책임하다고 함^^;). 그 뒤로도 옷이나 책 등 물건을 줄일 때가 되면 다른 형태로 거듭 되풀이되는 논쟁들! 그러나 항상 서로를 격려하고, 삶의 다운사이징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둘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작게 살고 크게 생각하자'는 서로의 약속을 재차 확인하면서 태미의 두려움도 잦아든다. 그렇게, 날마다 쌓인 작은 실천과 노력이 모여 이윽고 큰 변화의 물결로 이어진다.

 

이 책에는 태미 부부 외에도 실제로 소박한 삶의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많은 이들이 끝없는 소비주의의 사슬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을 틀고, 진짜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특히 태미와 이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지역사회에 대한 자원봉사활동이다. 소유보다는 공유 속에 더 큰 행복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삶을 만들어가는 것은 가짐이 아닌 나눔이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은은하게 내 안에 퍼지는 것 같았다. 물건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것,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나누는 것... 마음이 훈훈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분명 정해진 정답은 없다. 우리 모두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자기만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니까. 그런 중에, 이렇게 멋진 답안을 보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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