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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저편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4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1월
평점 :
'모두 알다시피 상쾌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은 끝내준다. 난 그 느낌이 그리웠다. 당연하게 알고 살았던 것들. 그런 것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살아 있을 때는 일상적이고 평범했던 것들. 이젠 그것들이 너무나 그립다. 이렇게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다.'(82쪽)
이 소설은 주인공 해리가 죽은 후에 '접수대'에 선 장면부터 시작된다. 해리는 교통사고를 당해 막 죽어서 온 '신입'이다. 펜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누나와 대판 싸우고 난 후, 자기 펜을 사겠다며 자전거에 올라타고 문방구로 향하던 길에 트럭에 치인 것이다. 너무나 이른, 갑작스럽게 닥쳐온 죽음. 그러나 해리는 왜 자기한테 이런 일이 닥쳤느냐고 절망하거나 자기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대신 마치 여행을 온 사람처럼, 저승세계의 모습과 그곳의 사람들을 관찰한다. 아직 때묻지 않는 해리의 눈은 때론 날카롭게 삶과 죽음의 진실을 꿰뚫기도 한다.
'저승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 살아 있는 게 뭔지 모르는 것처럼, 죽어서도 죽었다는 게 뭔지 모르는 것 같다.'(13~14쪽)
항상 해가 저물고 있을 뿐, 결코 사라지는 법 없이 그냥 지평선에 걸려 있는 곳, 저승세계.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곳에서 해리는 150살은 넘게 먹은 아서를 만나 친구가 되고, 죽음 이후로 나아가야 하는 단계인 먼 하늘 저편, '그레이트 블루 욘더'에 대해 듣게 된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사람들은 아스라이 푸른 기운이 비치는 하늘 저편을 향해 나아가 '재활용'된다는 이야기다.('재활용'이라는 용어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죽기 전에 자신이 누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 "내가 죽어봐, 그땐 후회하게 될걸?"은 해리의 가슴에 무거운 앙금으로 남는다. 그에 맞받아쳐 누나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웃기지 마, 오히려 기쁠걸?"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고난 후에, 누나가 그 말 때문에 얼마나 슬퍼하고 자책할지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책을 읽는동안 그 애절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오는 것 같았다. 해리가 혼자 이야기할 때 뭔가 안타까워서 손을 잡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살아 있었을 때는, 죽은 다음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는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뭐랄까, 기분 좋게 슬픈 느낌을 주었다.(그치, 해리. 내가 죽고나면 어떻게 될까 나도 자주 상상하곤 했던 기억이 나.)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애통해하든, 정작 난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에서 멀리 벗어난 느낌이었다.(맞아! 딱 그 느낌이라니까!) 이게 내가 상상했던 죽음이다. 그런데 실제로 죽어보니 상상과 전혀 다르다.(그렇니, 해리?) 못다 한 일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때는 죽어서도 마음이 아프다.(어떡하니...) '(40쪽)
이렇게 '못다 한 일'을 찾아 이승세계로 '출몰'한 해리와 아서. 학교가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억해줄 거라는 믿음와는 반대로, 아무 일 없었던 듯 돌아가는 현실을 보고 실망하고 화도 내는 해리가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했다. 꽃으로 덮여 제단으로 기념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했던 해리의 책상과 옷걸이는 전학생이 사용하고 있다. 반 친구들은 진도가 훌쩍 나가 해리가 모르는 음수를 배우고 있고, 해리를 좋아했던 올리비아도 폐인 모드가 아니라 말짱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해리는, 등지고 있던 벽에서 몸을 돌리다가 자신을 위한 벽을 발견한다. 시와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빈틈없이 빽빽하게 자신을 추억하고 있는 벽. 그리고 거기서 자신과 앙숙이었던 젤리가 쓴 글을 발견한다.
'나와 해리는 한 번도 친하지 않다'로 시작되는 그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냥 이유없이 서로 못되게 굴었고 그렇게 걷잡을 수 없게 멀어지게 되었지만, 가장 속상한 것은 이젠 화해하고 싶어도 영영 화해할 수가 없어서 속상하다는 그 글을 쓴 어린 소년의 진심이 느껴졌기에.
젤리에게 화해를 청하고, 반 친구들과 선생님과도 안녕의 인사를 하고, 마침내 가족을 만나 누나에게자신의 마음을 전한 해리. 해리는 이제는 평화로워진 마음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모든 것의 일부가 되러'(233쪽) 푸른 하늘 저편으로 향한다. 해리는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알려준다. 지금 한번 뿐인 이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우리를 살게 하는 소중한 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푸른 하늘 저편>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