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걸의 닥터 콘서트 - 힘 없는 환자가 아닌 똑똑한 의료 소비자 되기
홍혜걸 지음 / 조선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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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머리말에서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의 유명한 '닭의 비유'를 들어 건강에 대한 우리의 자세를 이야기한다.  

'닭에게 주인의 손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매일 자신에게 모이를 던져 주기 때문입니다. 주인의 손만 보이면 졸졸 쫓아다닙니다. 그러나 수년 후 모이를 먹고 살이 포동포동 찌면 고마운 주인의 손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의 목을 비틉니다. 우리가 무심코 행동하는 건강에 나쁜 습관들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10~11쪽)

 

무척 공감되는 이야기다. 건강을 위해 균형잡힌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습관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지루하고 따분하기 쉽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간편하게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고, 누워서 뒹굴거린다고 해서 지금 당장 무슨 탈이 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건강은 결코 단숨에 얻을 수 없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 내가 차곡차곡 성실하게 쌓아올린 건강한 하루하루의 축적물이 바로 건강이라는 것.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레 나의 일상생활이 어떠한지를 찬찬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과연 오늘 하루 나의 건강을 위해 어떤 배려를 했는지"를 늘 되새겨보라는 저자의 당부를 꼭 기억해야겠다.

 

건강의 기초가 되는 생활습관에서부터 감기, 위장병, 두통 등의 흔한 증세를 다스리는 법, 당뇨나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과 한국인의 최대 사망원인인 암... 다채로운 영역들을 편안한 어조로 다루고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5장 '현대의학의 새로운 화두 부교감신경과 면역, 염증'인데 새롭게 알게 된 유익한 사실도 많았고 공감가는 내용도 많았다. 우리 몸을 가능하면 옛날 원시인들처럼(물론 당연히 가능하지 못하겠지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비록 맹수에게 물리거나 굶주림과 감염으로 수명을 제대로 못 채우고 죽는 일도 잦았겠지만 피로에 지쳐 흐느적거리는 원시인은 상상할 수 없다. 그들에게 활력의 상실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283쪽)

 

원시인의 자율신경은 온오프가 한없이 명료하다고 한다. 위기 시엔 활화산처럼 폭발하지만 상황이 종료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지는,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연상케하는 교감신경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마치 위궤양이 생기지 않는 얼룩말처럼, 위기상황엔 한껏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평온할 땐 최대한 코티솔의 분비를 억제하고 휴식하고...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설명에 빠져들어 마치 원시인들의 다이내믹한 삶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써 현대인들이 처한 상황이 가엾게 느껴지기도. 현대인들의 코티솔은, 늘상 크고 작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분비 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과도한 코티솔은 부교감신경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인체는 활력을 충전할 기회를 잃게 된다. 이 상태를 저자는 '항상 찔끔찔금 전기가 새는 고장난 배터리'에 비유하는데, 정말 맞는 말이다. 내 주변만 둘러봐도 늘 기운이 없고 피곤한 이들, 항상 감기에 걸려 골골거리며 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트레스로 날이 곤두선 교감신경을 달래줘야 한다는 것, 억눌린 부교감 신경을 강화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면역을 올려야 내 몸의 배터리가 탄탄히 충전될 수 있을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하기,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 먹기, 카페인과 알코올, 니코틴 줄이기, 심호흡 하기, 걷기... 사실 부교감신경을 강화하는 방법들이란 싱거울 정도로 단순한 것들 뿐이다(그렇다, 머리로는 아는것을 손발로 실천하는 것이 늘 문제지!). 그리고 부교감신경을 튼튼하게 만들며 궁극적으로 인체를 가득 충전시키는, 일상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한다. 긴장형 쾌락, 기쁠 '희(喜)'가 아닌 이완형 쾌락, 즐거울 '락(樂)'을 즐기라는 얘기다. 언제 나는 편안해지고 나를 잊을 정도로 행복해지는지를 관찰하고 그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

이 책을 만난 것도 나의 일상에 '이완형 쾌락'을 안겨 주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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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는 일본여자들처럼 - 매일 채소를 찾게 되는 놀라운 변화
강한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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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세계적 장수 국가로 꼽히고 있는 일본. 그런 일본인들의 장수 비결로 꼽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가정식 밥상'이라고 한다. 소박한 일본인들의 밥상에는 기본적으로 몇 가지 채소 반찬을 중심으로 채소를 이용한 음식이 참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일본 현지에서 생활하며 채소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는 저자가 담담하게 풀어내는, '채소 에세이'다.

 

채소가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밥상을 살펴보면 아무래도 채소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나 엑스트라에 가깝지 않나 싶다. 주로 육류나 생선요리를 싸 먹는 쌈채소로나, 주 요리에 곁들여지는 반찬 정도로만 상에 올려지는 것이 보통이니까 말이다.

그에 비해 이 책을 통해 만난 일본인의 밥상에서, 채소는 훨씬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정부에서도 채소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고 있고 국민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등 다채로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일본 후생성에서는 채소의 섭취 권장량을 하루 350g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꼼꼼한 일본인들답게, 이 350g의 양도 녹황색 채소 120g, 붉은색 채소 및 해조류,버섯류 230g 이런 식으로 세부적으로 나눈 '채소식단'을 꼼꼼히 짜는 가정들도 많다고 한다.

나도 채소를 좋아하고 나름대로 즐겨 먹는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 나온 '100g 기준의 채소량'을 토대로 계산해보니 하루 350g에는 한참 못 미친다. 또 여러 색깔의 채소를 골고루 식단에 포함시키는 것도 불합격이고... 건강한 식습관은 결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꾸준한 실천이 쌓여야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되새겨본다.

 

소탈하고 정갈한 일본인의 밥상머리에 기분좋게 앉아있는 듯한 따뜻한 느낌을 준 책. 순한 양념으로 채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그 밥상에는 건강을 위한 정성어린 마음과 자연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채소에 조예가 깊은 7명의 일본 여성들과 나눈 이야기도 좋았다. 채소를 사랑하며, 채소와 늘 함께하는 여성들과 나눈 이야기가 채소처럼 담백하다. 그들이 공개한 채소요리 레시피를 보는 것만으로도 개운해지는 듯한 기분. 소개된 레시피 중에서는 그린 스무디나 채소 카레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도 있었지만, 두유 그라탕이나 바냐 카우다, 가스파초처럼 생소하고 특별한 채소 요리들도 만날 수 있어 기뻤다.

몸과 마음이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 신선한 생채소를 먹기좋게 썰어 퐁듀처럼 따뜻한 소스에 찍어먹는 이탈리아 채소요리 '바냐 카우다'를 식탁에 올리고 싶다. 또 '마시는 샐러드'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몸에 좋은, 차가운 채소 수프 가스파초도, 녹색 채소를 이용한 디톡스 효소 시럽도 꼭 만들어보고 싶고, 일본 전역을 뒤흔들 만큼의 신 채소혁명을 일으켰다는 '채소 50도 세척법'도 당장 실천해봐야겠다(뜨거운 물에 넣으면 채소가 축 처질 것 같은데 오히려 채소의 수분이 높아지고 농약 등 오염물질이 떨어져 나간다니 신기할 따름!).

채소를 맛있고 건강하게 채소를 챙겨먹는 일본인들의 생활 습관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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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런 - 뉴욕 파슨스대 최고 명강의
에린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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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혁신을 진행함에 있어 백지 상태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추구할 때, 진정한 '브랜드 혁신'을 이뤄낼 수 있고 다른 모든 기업들을 아웃런하는 선두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9쪽)

 

아웃런(outrun). 어떤 것보다 더 멀리 달리는 것, 범위를 넘어 앞지르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경계를 넘어 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아웃런'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정도로 식상한 표현이 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진정한 혁신과 창조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혁신'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낡았을 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처음부터 매순간 숨 쉬듯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것이 명백한 시장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딱딱한 이론적인 설명이 아니라, 풍부한 예를 제시해서 독자들이 혁신의 본질에 대해 쉽게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을 들고 싶다. 나이키플러스, 길트닷컴, 팹닷컴, 키넥트, 드비어스 등의 성공적인 혁신 사례뿐 아니라, 진공청소기 시장의 마켓 리더였던 후버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는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업체인 코닥이 소극적인 혁신으로 인해 어떻게 파산하게 되었는지, 데이터의 정량적 분석에만 의존하다가 코카콜라를 거의 망하게 만들 뻔 했던 '뉴 코크' 혁신이 어떠했는지 등 흥미진진한(?) 실패 사례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해준다. 사실 애플 등의 성공 사례들은 이쪽 분야 책들에서는 너무나 단골이라, 실패 사례들을 섬세하게 짚어낸 것이 더 참신하고 의미있게 와 닿았다. 타산지석의 지혜를 배울 수도 있고.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경험의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현대인은 트렌드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술이 얼마만큼 새롭고 완성도가 높으냐보다는, 혁신이 주는 '경험과 의미'가 얼마나 새롭고 의미 있느냐에 따라 브랜드 혁신의 성공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새겨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의미를 찾아내는 원동력 중 하나인 '공감'에 대한 이야기에도 공감하며 읽었다. 급진적 혁신이라고 하면 어쩐지 차가운 느낌으로 와 닿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 다른 사람의 처지가 돼서 직저 몸으로 부딪치며 느끼는 공감의 전략을 활용한다는 것은 뭔가 '따뜻한 성공'의 이미지랄까.

 

개인적으로 옥소의 주방용품의 디자인을 사랑하고,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탐스 신발을 산책길의 동반자로 애용하고 있어서 책에서 이 두 제품을 '공감혁신' 섹션에서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주방용품 회사에서 은퇴하고 집안 살림을 거들던 한 남자가, 늙어가는 아내가 손목에 관절염이 생기며 음식을 조리할 때마다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연구를 거듭해서 내놓은 주방용품 '옥소 굿 그립'. 아내의 고통을 '공감'헤 그 고통을 자기 것처럼 느끼고 해결해나간 그의 마음이 성공을 따라오게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신발을 한 켤레 구입하면, 같은 신발 한 켤레가 제3세계의 어린이에게 기부된다는 비즈니스 보델을 만들어낸 혁신적 기업 탐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다시 감탄. 그밖에 장애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장애를 겪는 당사자의 활동성을 중시한 치타의 사례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혁신에 대한 다채롭고 의미있는 사례들로 성실히 채운, 한 편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은 듯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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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저편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34
알렉스 쉬어러 지음, 이재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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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알다시피 상쾌한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은 끝내준다. 난 그 느낌이 그리웠다. 당연하게 알고 살았던 것들. 그런 것들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살아 있을 때는 일상적이고 평범했던 것들. 이젠 그것들이 너무나 그립다. 이렇게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다.'(82쪽)

 

이 소설은 주인공 해리가 죽은 후에 '접수대'에 선 장면부터 시작된다. 해리는 교통사고를 당해 막 죽어서 온 '신입'이다. 펜을 빌려주지 않는다고 누나와 대판 싸우고 난 후, 자기 펜을 사겠다며 자전거에 올라타고 문방구로 향하던 길에 트럭에 치인 것이다. 너무나 이른, 갑작스럽게 닥쳐온 죽음. 그러나 해리는 왜 자기한테 이런 일이 닥쳤느냐고 절망하거나 자기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다. 대신 마치 여행을 온 사람처럼, 저승세계의 모습과 그곳의 사람들을 관찰한다. 아직 때묻지 않는 해리의 눈은 때론 날카롭게 삶과 죽음의 진실을 꿰뚫기도 한다.

'저승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 살아 있는 게 뭔지 모르는 것처럼, 죽어서도 죽었다는 게 뭔지 모르는 것 같다.'(13~14쪽)

 

항상 해가 저물고 있을 뿐, 결코 사라지는 법 없이 그냥 지평선에 걸려 있는 곳, 저승세계.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그 곳에서 해리는 150살은 넘게 먹은 아서를 만나 친구가 되고, 죽음 이후로 나아가야 하는 단계인 먼 하늘 저편, '그레이트 블루 욘더'에 대해 듣게 된다. 마음의 준비가 되면 사람들은 아스라이 푸른 기운이 비치는 하늘 저편을 향해 나아가 '재활용'된다는 이야기다.('재활용'이라는 용어에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죽기 전에 자신이 누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 "내가 죽어봐, 그땐 후회하게 될걸?"은 해리의 가슴에 무거운 앙금으로 남는다. 그에 맞받아쳐 누나가 자신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웃기지 마, 오히려 기쁠걸?"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고난 후에, 누나가 그 말 때문에 얼마나 슬퍼하고 자책할지를 생각하는 동생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책을 읽는동안 그 애절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오는 것 같았다. 해리가 혼자 이야기할 때 뭔가 안타까워서 손을 잡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살아 있었을 때는, 죽은 다음에 벌어질 일들을 상상하는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뭐랄까, 기분 좋게 슬픈 느낌을 주었다.(그치, 해리. 내가 죽고나면 어떻게 될까 나도 자주 상상하곤 했던 기억이 나.)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얼마나 애통해하든, 정작 난 고요하고 평온한 느낌이었다. 모든 것에서 멀리 벗어난 느낌이었다.(맞아! 딱 그 느낌이라니까!) 이게 내가 상상했던 죽음이다. 그런데 실제로 죽어보니 상상과 전혀 다르다.(그렇니, 해리?) 못다 한 일이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럴 때는 죽어서도 마음이 아프다.(어떡하니...) '(40쪽)

 

이렇게 '못다 한 일'을 찾아 이승세계로 '출몰'한 해리와 아서. 학교가 언제까지나 자신을 기억해줄 거라는 믿음와는 반대로, 아무 일 없었던 듯 돌아가는 현실을 보고 실망하고 화도 내는 해리가 한편으론 귀엽기도 하고 또 안쓰럽기도 했다. 꽃으로 덮여 제단으로 기념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했던 해리의 책상과 옷걸이는 전학생이 사용하고 있다. 반 친구들은 진도가 훌쩍 나가 해리가 모르는 음수를 배우고 있고, 해리를 좋아했던 올리비아도 폐인 모드가 아니라 말짱해 보이기만 한다.

하지만 해리는, 등지고 있던 벽에서 몸을 돌리다가 자신을 위한 벽을 발견한다. 시와 글과 사진과 그림으로 빈틈없이 빽빽하게 자신을 추억하고 있는 벽. 그리고 거기서 자신과 앙숙이었던 젤리가 쓴 글을 발견한다.

'나와 해리는 한 번도 친하지 않다'로 시작되는 그 글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냥 이유없이 서로 못되게 굴었고 그렇게 걷잡을 수 없게 멀어지게 되었지만, 가장 속상한 것은 이젠 화해하고 싶어도 영영 화해할 수가 없어서 속상하다는 그 글을 쓴 어린 소년의 진심이 느껴졌기에.

 

젤리에게 화해를 청하고, 반 친구들과 선생님과도 안녕의 인사를 하고, 마침내 가족을 만나 누나에게자신의 마음을 전한 해리. 해리는 이제는 평화로워진 마음으로, '우리에게 생명을 주는 모든 것의 일부가 되러'(233쪽) 푸른 하늘 저편으로 향한다. 해리는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알려준다. 지금 한번 뿐인 이 삶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우리를 살게 하는 소중한 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푸른 하늘 저편>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많은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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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실수 - 성공을 위한 숨은 조력자 와튼스쿨 비즈니스 시리즈
폴 J. H. 슈메이커 지음, 김인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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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제는 너무 '많은' 실수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너무 '적은' 실수들이 일어나는 것이야말로 진짜 문제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후회되느냐는 질문을 해 보라. 그들은 대부분 실수할 기회를 놓친 게 후회된다고 답할 것이다."(13쪽)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다.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보면, 했던 것보다는 주저하다가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더 미련과 후회가 남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는 뭔가 새롭게 도전할 때마다 어김없이 실수를 저지를까봐 두려워한다. 일상생활에서도, 크고 작은 실수를 할 때마다 그것을 달가워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실수는 두려워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실수는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이고, 새로운 발견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실수에 대한 오해를 걷어치우고, 성공을 위한 숨은 조력자인 '빛나는 실수'를 오히려 의도적으로 저지르고 활용하는 법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해준다.

 

비틀즈가 무명의 밴드였던 시절, 레코드 회사의 능숙한 임원들이 내린 결정을 뒤집고 비틀즈와 계약을 맺었던 젊은 간부 조지 마틴의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된다. 더 명망 있고 음악에 더욱 정통한 여러 레코드 회사의 임원들이 이미 '불합격' 판정을 내린 밴드와의 계약을 결정한 마틴의 결정은 통상적인 상식을 무시했던 것이었고,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실수라 여겼다. 하지만 그의 결정 덕분에 비틀즈를 발굴한 EMI는 레코드 비즈니스의 지배적인 사업가가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남들이 보기에는 실수 같았지만 결국 음악 산업의 지형을 변화시켰던 마틴의 결정처럼, 관습적인 지혜의 좁은 한계를 넘어서서 배움을 촉진하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바로 '빛나는 실수'라고 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용어 중 하나가 '실수를 허용하는 생태계'라는 표현이었다. 개인 차원을 넘어서서 조직, 사회의 차원에서 실수를 허용하는 생태계를 창조해야 빛나는 실수를 촉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최소한의 실수'를 모토로 '정답 찾는 기계'로 길러지는 교육환경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생태계라는 생각이 들기도.-_-;;

조직 차원에서 실수의 미덕을 인정하기 위해 '골든 에그(Golden Egg)'같은 상을 제정한 사례도 무척 흥미진진했다. 실수를 가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조직이 실수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배우기를 원해서 만든 상인 '골든 에그'는 그 달의 베스트 실수를 선정해서 주는 상이라고 한다. 실수로부터 배운 것을 남들과 공유하는 용기를 낸 관리자들에게 질책 대신 트로피를 안겨주는 회사, 그런 회사의 분위기는 어떨 것인지 상상해본다. 실수를 숨기기 급급하기보다는 실수를 당당히 드러내고 그것을 통한 배움을 격려하는 문화, 그런 문화가 우리의 학교와 회사, 사회 전반의 분위기에 흐른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 우리가 어떤 실수들은 축복으로 봐야 한다고 믿는다.(중략) 성공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예상치 못한 불운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접근방식도 변화할 것이다. 불완전을 더 잘 받아들일 것이며, 인간의 오류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볼 것이다. 또 건강하지 못한 후회에 빠져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그 보상은 새로운 통찰과 새로운 힘,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1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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