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런 - 뉴욕 파슨스대 최고 명강의
에린 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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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혁신을 진행함에 있어 백지 상태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추구할 때, 진정한 '브랜드 혁신'을 이뤄낼 수 있고 다른 모든 기업들을 아웃런하는 선두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9쪽)

 

아웃런(outrun). 어떤 것보다 더 멀리 달리는 것, 범위를 넘어 앞지르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경계를 넘어 보다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아웃런'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있다.  

 

'혁신'이라는 단어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정도로 식상한 표현이 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진정한 혁신과 창조성을 추구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는 '혁신'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낡았을 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처음부터 매순간 숨 쉬듯이 함께해야 하는 것이라고, 그것이 명백한 시장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딱딱한 이론적인 설명이 아니라, 풍부한 예를 제시해서 독자들이 혁신의 본질에 대해 쉽게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는 점을 들고 싶다. 나이키플러스, 길트닷컴, 팹닷컴, 키넥트, 드비어스 등의 성공적인 혁신 사례뿐 아니라, 진공청소기 시장의 마켓 리더였던 후버가 어떻게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는지,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발명한 업체인 코닥이 소극적인 혁신으로 인해 어떻게 파산하게 되었는지, 데이터의 정량적 분석에만 의존하다가 코카콜라를 거의 망하게 만들 뻔 했던 '뉴 코크' 혁신이 어떠했는지 등 흥미진진한(?) 실패 사례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분석해준다. 사실 애플 등의 성공 사례들은 이쪽 분야 책들에서는 너무나 단골이라, 실패 사례들을 섬세하게 짚어낸 것이 더 참신하고 의미있게 와 닿았다. 타산지석의 지혜를 배울 수도 있고.

 

혁신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경험의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현대인은 트렌드가 나날이 다양해지고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기술이 얼마만큼 새롭고 완성도가 높으냐보다는, 혁신이 주는 '경험과 의미'가 얼마나 새롭고 의미 있느냐에 따라 브랜드 혁신의 성공이 결정된다는 이야기는 새겨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의미를 찾아내는 원동력 중 하나인 '공감'에 대한 이야기에도 공감하며 읽었다. 급진적 혁신이라고 하면 어쩐지 차가운 느낌으로 와 닿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 다른 사람의 처지가 돼서 직저 몸으로 부딪치며 느끼는 공감의 전략을 활용한다는 것은 뭔가 '따뜻한 성공'의 이미지랄까.

 

개인적으로 옥소의 주방용품의 디자인을 사랑하고, 친구로부터 선물받은 탐스 신발을 산책길의 동반자로 애용하고 있어서 책에서 이 두 제품을 '공감혁신' 섹션에서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주방용품 회사에서 은퇴하고 집안 살림을 거들던 한 남자가, 늙어가는 아내가 손목에 관절염이 생기며 음식을 조리할 때마다 고통을 호소하는 것을 보고 연구를 거듭해서 내놓은 주방용품 '옥소 굿 그립'. 아내의 고통을 '공감'헤 그 고통을 자기 것처럼 느끼고 해결해나간 그의 마음이 성공을 따라오게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신발을 한 켤레 구입하면, 같은 신발 한 켤레가 제3세계의 어린이에게 기부된다는 비즈니스 보델을 만들어낸 혁신적 기업 탐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다시 감탄. 그밖에 장애를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장애를 겪는 당사자의 활동성을 중시한 치타의 사례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혁신에 대한 다채롭고 의미있는 사례들로 성실히 채운, 한 편의 열정적인 강의를 들은 듯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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