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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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다는것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언제나 그렇듯이 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드는 사람중에 하나에요.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것도 그렇지만 소설을 보면서 행복함을 느끼는 것은 글 하나하나에 이야기의 배경이 살아 숨쉬고 사람이 새로 태어나고 죽기도 하며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을까 이미지와 글만으로 상상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이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재미있기 때문일거에요. 그만큼 소설은 저를 다른 공간에서 살아 숨쉬게 해주죠.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은 이미 너무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지만 그녀의 책을 읽은 적은 없었던것 같아요. 너무 궁금했던 그녀의 이야기로 빠져드는건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1960년대에서 살아 숨쉬고 가족을 지켜보며 기쿠노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당당함과 그녀의 자유로움에 놀라움을 느낄수 있는 이야기에 빠져있다가  또 훌쩍 1980년대로 날라와 그녀의 아이들 이야기를 듣고는 했어요. 그저 조용한 클래식이 흐르듯 시간을 보내는 순간이 있기도 했었고 또 격정적인 회오리가 몰아치듯 숨가뿐 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야기에서 항상 중심이 되는것은 바로 가족이었어요. 이 가족 안에서 가족끼리 나누는 이야기와 분위기를 느끼며 어느순간 저도 모르게 이 가족 안에서 살아간것 같아요. 그리고 왠지 제가 살고있는 이 시대에 그들이 같이 있는것 같아서 색다른 느낌도 들었어요.


읽는 순간 내내 제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들이 살아 숨쉬는 그 순간에 가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시간이 흐르는지도 몰랐죠. 라이스에는 소금을, 가엾은 알렉세이에프 그리고 비참한 니진스키같은 유행어를 들으며 같이 그 자리에 앉아있는 느낌도 들었어요. 누구나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일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소소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절대로 평범한것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가족 안에서 있으며 기쿠노와 유리 자매의 다른 모습에도 굉장히 놀라웠고 신기했지만 그들 나름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꼭 저희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과 크게 다를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다르지만 다름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 좋았던것 같아요.


읽고나서 각자의 시간에서 흘러나온 그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더 깊이있게 그리고 중요하게 이야기된것 같아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거나 외면받지 않은것 같아서 좋았고 우리 가족도 이렇게 하나하나의 이야기와 소리를 더욱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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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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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누군가를 만나도 저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에 전 이야기를 듣고 있고 그 이야기에 집중하며 동감해주고는 하죠. 예전부터 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느꼈어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느꼈던 사춘기때에는 라디오를 끌어안고 살았어요. 언제나 귀에는 노래가 흐르고 사람들의 순간이 담긴 이야기가 흘렀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달랬고 위로를 받았던 그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된것 같아요. 


저는 확실히 소심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소심해서 그렇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23년 동안 라디오의 작가로서 지내오셨던 분이 쓰신 이야기라고 들으니 확신이 생겼어요. 분명 좋은 이야기가 있을것 같다는 왠지 저와 잘 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나니 너무 읽고 싶었어요. 무심한것들이 쌓여 인생이 된다던 그 한 문장이 눈에 깊이 들어오며 책은 시작되었어요. 일상에서 만나는 어느것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 그녀의 시선 끝에서는 어김없이 새로운 이야기와 정겨운 그녀의 마음이 흘러나왔어요. '일흔 살만 돼도 젊어서 좋겠다고 한껏 부러워하는 할머니들의 점심 식사.'라는 문장을 20번을 넘게 읽었던것 같아요. 서른살이 되었다며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니겠냐고 스스로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고 주저하고 걱정했던 저의 모습을 할머님들이 혼내주시는것 같았어요.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이 머물던 그곳에 미운정이 들었다며 힘들었던 그 시절에 머물던 그곳에서 살아가고 계시는 할머님들의 이야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항상 밥상에 앉아서 다같이 밥을 먹어도 언제나 저는 혼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어요. 먹는 속도가 굉장히 느렸기때문인데요. 그랬기때문에 중고등학교때도 혼자 끝까지 남아있어야했고 언제나 혼자서 식탁을 지키고는 했어요. 그래서 혼난적도 있지만 빨리먹는건 아직도 제가 못하는것중에 하나에요. 하지만 뭐든 맛있게 먹는데 세상과 나의 속도를 읽으며 제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시리 뿌듯해졌어요. 아직까지 30년동안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맛있게 먹는 저의 속도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기억의 오류를 읽으며 정말 완벽하게 공감했어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저의 과거의 온전히 저만의 것이었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가족들조차 각자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어렸을때 혼났던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느꼈던 부분이었거든요. 제가 사랑받고 인정받았던 순간에 대한 기억보다 힘들고 아쉬웠던 기억만 저 스스로에게 담아둔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에 괜시리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순간에는 좋은것들을 더 많이 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다정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작은 미소가 얼굴을 떠나지 않았어요.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싶은 생각에 저를 많이 되돌아보기도 했고 지금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위로도 받았고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기도 했어요. 따뜻한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차 한잔 마시고 속이 따뜻해지듯 그런 따뜻함을 선물받아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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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네 조각이 전해준 살아갈 이유
마그다 홀런데르-라퐁 지음, 하정희 옮김 / 예지(Wisdom)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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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에 관한 이야기는 그냥 어느정도 지식적인 정도로만 알고있어요. 사실 우리 나라의 일제 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나서 마음에 남은것은 상처뿐이었던것 같아서 슬픈 과거는 왠지 회피하고만 싶었어요. 다시 들여다보고 꺼내보기 겁나는 우리의 과거, 심지어 제가 겪은 일도 아니고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세하게 알려진것도 아닌 그냥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는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슬픔이 차올라요. 아우슈비츠 또한 제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잊혀질 수 없는 역사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알아보거나 알고 있지는 않았어요. 


빵 네 조각이 전해준 살아갈 이유를 받아들고 책을 펴고 읽어내려가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그리고 두려운 마음에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없었어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든 시간, 살타는 냄새와 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하늘에 떠돌아도 어찌할 방법 없이 그저 숨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어보려니 저에게도 나름의 결심이 필요할 정도였어요. 살아있음에 그리고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숨쉴수 있음에 감사함이 가슴속에 차올랐고 또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순간이 저에게 있음에 행복할 수 있었어요. 눈을 뜨고 시작하는 하루가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아픈 몸에 힘이 드는 날이면 편안히 누워 가족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는 그 순간이 참 감사해야하는 순간이구나 싶었어요. 쇠약함이란 죽음으로 가는 길인 아우슈비츠에서 눈을 뜨고 하루종일 일만하다가 또 살아남아야하는 그런 시간을 감내하고 견뎌낸 이야기에서 그녀의 강인함이 느껴졌어요.


하나만 봐도 기절할듯 싫어하는 벌레 속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조롱하고 웃는 그 시선 앞에서 모독을 당해도 살아남기위해 그 시간을 견뎌낸 그들은 정말 슬프고 아팠던 역사의 증인이에요. 분명 우리에게도 이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이겨낸 분들이 계신다고 생각하니 그 분들이 제발 지금은 편안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원한 물 한모금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을 그리고 그 순간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토록 행복하고 편안한 인생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왜 저는 아직까지 이렇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만을 안고 살았었는가 싶은 생각에 반성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 겨울 크리스마스에 주어진 잠깐의 행복덕분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매일 사람으로 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조금 더 가치있게 살아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던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이 책을 만나고 그리고 저에게도 살아갈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게된 계기가 된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별일 아닌듯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조금 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고민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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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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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보내며 오늘은 어떤 순간들이 나에게 존재했었나 생각해보면 하루종일 여러가지 다양한 기분을 느끼게하고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순간들이 선물처럼 다가올때가 있어요.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자라고 생각하고 난 후로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면서 왠지 아무것도 하지 않은것 같은 날에는 괜시리 저 스스로에게 미안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현재를 소중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순간에 감사하려고 하고있어요. 과거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지금만 있다고 누군가 한 말이 기억이 나요. 여행에서도 걷고 힘들고 신경쓰이는 것들이 많아도 바다를 보며 크게 숨을 쉬는 순간 덕분에 그 여행이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와 그녀의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그리고 그 순간들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바로 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을 통해서요. 사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같이 지내며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나 싶었는데 전혀 아니더라구요. 각자의 1년이 고스라니 담겨있고 그 중에 계절이 오롯이 느껴지는 이야기들과 순간들이 가득 담겨 있었어요. 그리고 같은 어떤 것을 바라봐도 다른 생각을 읽으며 참 흥미롭기도 했어요. 어떨때는 두 생각에 다 동감하기도하고 여행같은 일상을 만나고 일상같은 여행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것 같아요. 


글이 그렇게 길지 않다고 해서 절대로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어요.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 풍경에 관한 기억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다시 또 사진을 바라보게 되요. 페이지를 한장 한장 넘기며 저는 1년을 경험했어요. '그래, 봄은 이랬었지!' 하고는 봄에대해 같이 예찬하고 감탄하며 그를 따라 훌쩍 봄에는 제주로 떠나고 싶기도 하고, 아름다웠던 꽃의 사진과 함께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예쁜 꽃을 보는 법에 대해 생각을 해봤어요. 여름은 저의 지난 여름처럼 미래에 대한 고민과 하늘을 올려다볼 용기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제가 항상 궁금해하던 여행하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비싼 자유를 얻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 한마디가 머리속을 맴맴 돌았어요. 가을은 딱 요즘의 계절에 어울려서 커피향 가득한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그리고 곧 다가올 겨울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스웨터 처럼 포근하고 흰눈처럼 포슬포슬한 이야기 덕분에 다가올 겨울이 그렇게 두렵지만은 않더라구요.


그녀의 이야기 또한 가까운 일상에서 느끼는 새로운 시각과 사진으로 찍히는 추억에 대한 많은 것들이 가득 들어있었어요. 봄에는 함께 떠나는 신발과 이야기를 나누고 혼자인 저에게 위로를 주는 따스함이 있었고 여름의 햇볕냄새에 대해 공감하며 꿈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선물해주고 지난 여름과 잘 작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마치 저의 얘기처럼 정말 지난 여름 내내 빨갛게 물들어 있던 발톱이 투명해진 이야기도 그렇고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그녀의 가을 이야기에 차가운 바람이 반가워졌어요. 그녀의 말처럼 무심할 수 있는 의자하나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올 겨울에는 무심의자를 만들어볼까 싶은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어요. 올 겨울만큼은 그녀의 말대로 많은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간도 많고 기회도 많은 나로 올해를 마무리 할 수 있을것 같았어요.


가을이 오고 올해가 마무리 되어가는 듯한 느낌에 굉장히 불안한 마음을 감출길이 없었고 겨울이 오는게 정말 무서웠던 요즘, 그와 그녀의 계절을 만나며 하나하나 정말 기쁜 날만 있는거구나 싶은 생각에 많이 반성도 하고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아마 올 가을과 겨울은 저의 사랑스러운 순간들에 감사하며 잘 지낼 수 있을것 같아요. 순간에 많은 생각과 감사를 하다보면 저도 언젠가 이렇게 멋진 순간들을 잘 모아두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도 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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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순 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 - 70대 소녀 엄마와 40대 늙은 아이의 동거 이야기
최정원 지음, 유별남 사진 / 베프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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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우리집은 참 대화가 많은 집이에요. 평소에도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펼쳐두고 하나하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던 일부터 친구때문에 화난 일 그리고 길가다가 만난 웃긴 사람에 관한 이야기까지도 하나하나 하면서 웃고 울고 화내고는 하니까요. 그런 우리 집에도 항상 시기마다 옛날 이야기들이 나오곤 해요. 가끔 힘든 일이 있어서 이야기하다가 그래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괜찮지 않느냐며 이야기하던가 아니면 동생의 습관에 대해 지적을 하다가도 그런걸 보면 꼭 할아버지를 닮았다며 이야기가 나오게 되면 우리가 어떻게 살았었는지부터 부모님 두분이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부모님이 각자 어린시절 집에서 어떻게 지냈다는 이야기까지 다다르고 나서 새벽 2시가 넘어야지 겨우 잠에 들고는 하죠. 그런 오래된 이야기를 듣다보면 문득 한번도 뵙지 못했던 외할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이나 애처로움이 저절로 생겨버리는 내 할머니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언제나 웃음을 주시는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이 떠오르고는 해요.


예전에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을 읽으며 세상을 잃은듯 엉엉 울며 소설을 다 읽게 되었던 기억이 있듯이 왠지 말순씨는 나를 남편으로 착각한다라는 제목을 보며 이미 가슴이 찌르르한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말순씨는 마치 내 할머니처럼 정겨운 분이라는걸 알게되었죠.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는 이야기에서는 왠지 모를 그들만의 분위기가 있었어요. 꼭 저희 부모님이 조부모님과 함께 했을때의 그런 그들만의 이야기와 그들만의 분위기. 평소에도 저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어서 예전 이야기와 추억을 듣는걸 너무나도 좋아하기에 소녀 엄마인 말순씨와 무뚝뚝하지만 애정을 가득 품고 있는 그녀의 아들 이야기는 참 따스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선물해주었어요. 


말순씨와 그녀의 아들이야기는 마치 저와 저희 엄마사이의 대화와 비슷한 공통점이 있었어요. 바로 직설적인 대답이었죠. 사실을 말한답시고 언제나 마음을 알아주기 전에 사실만 이야기하려고하는 저의 대화습관은 아마 말순씨에게도 그러했듯 저희 엄마의 마음에도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심지어 전 아들도 아닌 딸인데 섭섭함이 더 컸을것 같아 많이 반성도 했어요.


말순씨의 생활은 정말 소녀처럼 그리고 다정한 아내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웠어요. 그녀의 남자 1호가 떠났고 힘든 인생을 견뎌낸 그녀였지만 그녀는 전혀 70대의 어느 누구의 엄마라기보다는 여리디 여린 꽃 한송이 같은 사람이었던것 같아요. 어쩜 이렇게 소녀스럽게 지낼 수 있을까 또 어쩌면 이렇게까지 받지 못하는 사랑이라고 하더라도 무한하게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것일까? 엄마란 그런 존재인가?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술을 마시고 온 아들에게 속상해하는 아들에게 비오는날 호박전을 먹고 싶다는 아들에게 따뜻한 그녀의 마음을 담아 차려오는 술상은 참 어머니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아들과 어머니의 일상, 그리고 그 안에서 진하게 느껴지는 어머니의 사랑에 감동받고 또 받게 되었던것 같아요. 다른 어느 누구도 대신해줄수 없는 그 자리! 그 자리를 유연하게 그리고 당연하게 지키고 있는 말순씨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어요. 어떤 사람도 쉽게 해낼 수 없는 엄마라는 자리에 딱 맞는 그런 멋진 말순씨를 만났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어요. 마음이 마치 순두부처럼 부들부들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각박하게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저에게 무한한 사랑 그 자체인 그녀는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아름다운 만남이었던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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