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서 그렇습니다 - 소극적 평화주의자의 인생다반사
유선경 지음 / 동아일보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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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누군가를 만나도 저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에 전 이야기를 듣고 있고 그 이야기에 집중하며 동감해주고는 하죠. 예전부터 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다른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느꼈어요.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다고 느꼈던 사춘기때에는 라디오를 끌어안고 살았어요. 언제나 귀에는 노래가 흐르고 사람들의 순간이 담긴 이야기가 흘렀어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달랬고 위로를 받았던 그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된것 같아요. 


저는 확실히 소심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소심해서 그렇습니다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어요. 23년 동안 라디오의 작가로서 지내오셨던 분이 쓰신 이야기라고 들으니 확신이 생겼어요. 분명 좋은 이야기가 있을것 같다는 왠지 저와 잘 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나니 너무 읽고 싶었어요. 무심한것들이 쌓여 인생이 된다던 그 한 문장이 눈에 깊이 들어오며 책은 시작되었어요. 일상에서 만나는 어느것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는 그녀의 시선 끝에서는 어김없이 새로운 이야기와 정겨운 그녀의 마음이 흘러나왔어요. '일흔 살만 돼도 젊어서 좋겠다고 한껏 부러워하는 할머니들의 점심 식사.'라는 문장을 20번을 넘게 읽었던것 같아요. 서른살이 되었다며 무엇을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니겠냐고 스스로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고 주저하고 걱정했던 저의 모습을 할머님들이 혼내주시는것 같았어요. 인생을 살아가며 자신이 머물던 그곳에 미운정이 들었다며 힘들었던 그 시절에 머물던 그곳에서 살아가고 계시는 할머님들의 이야기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항상 밥상에 앉아서 다같이 밥을 먹어도 언제나 저는 혼자 마지막까지 남아있었어요. 먹는 속도가 굉장히 느렸기때문인데요. 그랬기때문에 중고등학교때도 혼자 끝까지 남아있어야했고 언제나 혼자서 식탁을 지키고는 했어요. 그래서 혼난적도 있지만 빨리먹는건 아직도 제가 못하는것중에 하나에요. 하지만 뭐든 맛있게 먹는데 세상과 나의 속도를 읽으며 제가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괜시리 뿌듯해졌어요. 아직까지 30년동안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던 맛있게 먹는 저의 속도가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기억의 오류를 읽으며 정말 완벽하게 공감했어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저의 과거의 온전히 저만의 것이었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 가족들조차 각자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어렸을때 혼났던 이야기를 넌지시 꺼내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도 느꼈던 부분이었거든요. 제가 사랑받고 인정받았던 순간에 대한 기억보다 힘들고 아쉬웠던 기억만 저 스스로에게 담아둔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에 괜시리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순간에는 좋은것들을 더 많이 담아야겠다 생각했어요. 


다정하고 따스한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작은 미소가 얼굴을 떠나지 않았어요.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싶은 생각에 저를 많이 되돌아보기도 했고 지금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위로도 받았고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기기도 했어요. 따뜻한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차 한잔 마시고 속이 따뜻해지듯 그런 따뜻함을 선물받아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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