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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네 조각이 전해준 살아갈 이유
마그다 홀런데르-라퐁 지음, 하정희 옮김 / 예지(Wisdom)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아우슈비츠에 관한 이야기는 그냥 어느정도 지식적인 정도로만 알고있어요. 사실 우리 나라의 일제 강점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알고나서 마음에 남은것은 상처뿐이었던것 같아서 슬픈 과거는 왠지 회피하고만 싶었어요. 다시 들여다보고 꺼내보기 겁나는 우리의 과거, 심지어 제가 겪은 일도 아니고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세하게 알려진것도 아닌 그냥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는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고 슬픔이 차올라요. 아우슈비츠 또한 제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잊혀질 수 없는 역사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알아보거나 알고 있지는 않았어요.
빵 네 조각이 전해준 살아갈 이유를 받아들고 책을 펴고 읽어내려가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그리고 두려운 마음에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없었어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든 시간, 살타는 냄새와 재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하늘에 떠돌아도 어찌할 방법 없이 그저 숨쉬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어보려니 저에게도 나름의 결심이 필요할 정도였어요. 살아있음에 그리고 지금 이렇게 편안하게 숨쉴수 있음에 감사함이 가슴속에 차올랐고 또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순간이 저에게 있음에 행복할 수 있었어요. 눈을 뜨고 시작하는 하루가 얼마나 편안한 것인지 절실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어요. 아픈 몸에 힘이 드는 날이면 편안히 누워 가족들의 걱정어린 시선을 받는 그 순간이 참 감사해야하는 순간이구나 싶었어요. 쇠약함이란 죽음으로 가는 길인 아우슈비츠에서 눈을 뜨고 하루종일 일만하다가 또 살아남아야하는 그런 시간을 감내하고 견뎌낸 이야기에서 그녀의 강인함이 느껴졌어요.
하나만 봐도 기절할듯 싫어하는 벌레 속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조롱하고 웃는 그 시선 앞에서 모독을 당해도 살아남기위해 그 시간을 견뎌낸 그들은 정말 슬프고 아팠던 역사의 증인이에요. 분명 우리에게도 이런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이겨낸 분들이 계신다고 생각하니 그 분들이 제발 지금은 편안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원한 물 한모금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을 그리고 그 순간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이토록 행복하고 편안한 인생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왜 저는 아직까지 이렇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만을 안고 살았었는가 싶은 생각에 반성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 겨울 크리스마스에 주어진 잠깐의 행복덕분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매일 사람으로 살고 있는 나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조금 더 가치있게 살아낼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던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이 책을 만나고 그리고 저에게도 살아갈 이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게된 계기가 된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별일 아닌듯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던것 같아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조금 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고민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