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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내가 먹네 ㅣ 걷는사람 에세이 8
홍명진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월
평점 :

음식이라는것은 기억이고 추억이다. 가족과 함께 간 여행은 항상 음식으로 추억되어 남는다. 먹는것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부모님과 떨어져지내다 보니 가장 그리운 것은 엄마의 음식이다. 다른 음식과 특별히 다른것도 아닌데 엄마 음식은 그 특징이 가득 담겨있고 실려있다. 그래서 그런지 사먹는 음식과는 조금 다른것 같다. 유난히 음식들은 엄마와 연관되어 있다. 물론 기본적으로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겠지만 또 어쩌면 공감도 더 많이 하게되니 더욱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옆에 없어도 기억하게 되는것이 같이 먹었던 음식을 먹게 될때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어렸을때의 기억이 흐릿하다. 무엇을 먹었는지는 꽤나 잘 기억하지만 그외에 다른것들에 대한 기억은 자세하게 알지 못한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먹는것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영덕대게를 먹어본적이 있지만 그것이 크게 기억으로 남지 않은것을 보면 뭔가 아쉬웠던게 분명하다. 티비에서처럼 토실한 살을 만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가지 제철음식들이 있지만 난 겨울에 나는 음식을 좋아한다. 대게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그 달달한 살들을 쪄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책을 읽으면서도 그 시절의 풍경과 느낌이 저절로 떠올랐고, 문득 그리워졌다. 이제는 많이 줄어들어버린 대게를 다시 또 만날날을 기다리게 되며 겨울이 떠나가는 시점이 문득 아쉬워졌다.
어렸을때는 해산물은 그냥 회만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조림도 매운탕도 저마다의 맛이 있어 모두 좋아하게 되었다. 물회든 생선찜이든 이제는 뭔가 강하지 않은 본연의 맛을 찾는것이 참 어려워지기는 했다. 산지에서 먹기 어렵기에 더욱 강한 양념들이 추가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이제는 그런 맛도 구분하고 다양한 해산물도 즐기는 모습이 신기할때가 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먹었던 음식에 대한 기억과 또 새로운 지식들을 얻게 되어 좋았다. 생선을 손질하고 먹고 장이서고 그리고 사람이 그 안에 있는 그런 풍경은 저절로 조용히 웃음짓게 만든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 오래된 한장의 사진같은 기억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같은 곱새기고기 그러니까 고래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모르는것이기에 더욱 흥미로웠다. 고래를 잡다니,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니 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다양한 부위마다 다양한 맛이있는 곱새기 고기라니 새로운것에 도전하는 나로서는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말고 도전하리라 결심하게 되었다.
이야기들을 들으며 계절마다 다양하게 느끼는 그 맛들이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토록 기분 좋게 기억할만한 일들이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역시 난 먹을때 제일 행복하다. 행복하게 먹고 추억하고 기억하며 그렇게 시간을 더 가치있게 기억하고 저장해나가고 싶다. 그리움이 짙게 묻어나는 그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