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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호랑이 책 - 그 불편한 진실 ㅣ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8월
평점 :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특히나 호랑이에 대해서는 더더군다나 관심이 없었다.
그저 호랑이랑 사자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정도의 궁금증이 다였던 것 같다.
동물원에서도 호랑이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다.
백호와 눈이 마주치면 행운이 주어진다는 말을 듣고 개인적 행운을 위해 눈을 맞추려 애썼을 뿐이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울지 않는 호랑이가 무척 궁금해졌다. 호랑이는 위협을 가할 때만 소리를 내는 동물일까? 찍 소리도 없이 어슬렁 거리기만 하는 호랑이가 측은해졌다.
'어흥' 한 마디만 하면 기암하여 도망가며 울고불고 난리치겠지만 울지 않는 호랑이를 인간이 만들어 버린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육사가 호랑이에 대한 교육을 시켜준다고 이런저런 설명을 해 주어 호랑이의 습성을 조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집게를 두번 딱딱 거리니까 어슬렁 거리면서 오더니 집게로 집어준 닭고기를 철창 밖으로 먹겠다고 혀를 내미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사육사와 호랑이의 소통은 딱딱하는 집게의 소리였다.
재주를 부리고 있는 곰을 볼 때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는데, 재주를 부리는 호랑이를 보니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아이가 그려온 민화 속 호랑이가 우리에게 복을 가져다 줄 것 같아 현관앞에 두는 등 평소 관심도 없으면서 무언가 바라기만 했던 내가 가질만한 감성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떡하나 주면 안 잡아먹겠다고 덤비는 호랑이가 나타난다하면 오히려 기쁠지도 모르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굳이 호랑이 앞에 '위험한'이란 수식어가 붙어 그러지 말지 하는 맘이 들다가 '그 불편한 진실'이라는 소제목이 눈에 들어와 이 책에 무척 흥미를 느꼈다.
호랑이의 습성이라던가, 호랑이가 등장하는 전래 동화 였다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호랑이를 통한 인간과 호랑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호랑이는 위험한 존재임이 마땅하나 이 책의 글이 사람이 아닌 호랑이 입장에서 씌여졌다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호랑이의 수컷은 연애만하고 인심하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난다는 것을 첫 문장에서 보고 황당했다.
그래서 동물원의 호랑이들도 제각각이었나 싶기도 하고, 아빠 없는 호랑이가 안됐다 싶기도 했다.
호랑이로 태어날 일이 생긴다면 수컷으로 태어나야겠다. ㅎㅎ
고려시대까지만 하여도 낮은 인간이 밤은 호랑이가 중심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았나 보다.게다가 고려 종교인 불교는 살생을 하면 안된다고 하였으니 그 때만 하여도 문제 되지 않았나 보다.
요즘 아이들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유교 때문에 다 망했다는 말인데,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다고 생각하여 예의를 지키라 가르치곤 하였는데 세상의 중심이 인간이라 가르친 유교 때문에, 조선 시대 달라진 환경 때문에 호랑이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상황이 좀 놀라웠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말을 썼는데, 생각해보니 호랑이에게 당하는 피해라는 호환보다 인간에게 당하는 호랑이가 더 많았던 시절이겠다 싶었다.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는 사진과 그림을 수록하여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위험한 호랑이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는 착호군을 백성들은 왜 좋아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호랑이를 가해자로 만들더니 전염병이 돌자 함께 죽자하고, 그러다 전쟁이 나니 어느새 수호신으로 바뀌어 버린 상황에 실소가 나왔다. 제 각각으로 알고 있었을 때는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었는데 흐름을 인지하고 나니 복잡한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면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을 다루는 책이 소개된 부분이 있다. <은자의 나라 한국>은 기회가 되면 꼭 읽어 보고 싶다.
호랑이 덕분에 갑부가 된 최창학의 과시나 본인이 잡은 호랑이인양 포즈 잡고 사진 찍은 일본 순사 미야케, 왜곡된 교과서까지 만들게 되었으니 역사는 정말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표범과 호랑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재밌었다. 몸집 크기가 다르기에 이름이나 무늬의 비슷함이 있어도 서로 연관지으려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이 부분 읽을 때 특히 더 재미있었다.
이 책이 청소년 도서라는 점이 감사하다.
호랑이 하면 그저 무섭다 익살스럽다 수호자다 정도의 의미만 생각할 수 있었는데, 불편한 진실의 사실 여부를 떠나 멸종된 호랑이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호랑이의 역사를 배우면서 우리와 호랑이의 관계를 배우고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동물권을 비롯 더 나아가 공존하는 삶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