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의 숲에서 오늘을 보다
김태희 지음 / 빈빈책방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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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학이 너무 좋아"란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실학이 뭔데? 하고 물으면 실용주의 학문? 정도의 대답밖에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조선 후기 북학파를 비롯 실학파라 불리우는 사람들에 관련된 이야기나 실학을 다루는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있다. 깊이 공부할 마음 자세도 갖추지 못하면서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그들의 인생을 엿보고 멋지다는 짧은 감탄사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시리 과거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암기자세를 갖게 된다.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내가 좋다고 관심갖고 있는 실학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객관적 사실에 대한 나열이 아닌 작가의 산문집이란 점이 역사 앞에서 주뼛거리고 있는 나에게 딱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였다는 저자의 타이틀도 좋았지만 다산연구소 소장과 실학박물관 관장을 지냈다는 작가의 이력에 더욱 신뢰감이 생겼다.

실학박물관에 아이와 함께 가서 좋은 추억을 쌓았던 기억이 있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엄마의 설명에 대한 신뢰도가 없었기에 때마침 있었던 해설사의 설명을 아이에게 반 강제로 같이 듣자고 설득하였는데 결국 나 혼자만 재밌게 듣고 아이와 남편은 둘이 돌아다니면서 그들만의 관람으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꼭 그들의 업적을 주입식으로 암기시키고 익히게 할 필요보다는 저절로 스며들게 하여도 좋았을 것을 극성이 아니라 하면서도 극성 엄마가 맞았던 것 같아 후회가 되긴한다.

프롤로그에 나온 실학을 실학하려는 사람이란 문장이 너무도 멋지게 다가왔다.

나 또한 그리 살고 싶다고 꿈꿔왔는데,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정리된 이 부분이 마음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담겨져 있는 내용은 그동안 작가가 썼던 칼럼들을 여섯가지 주제로 엮어 만들 글이다.

실학에 대한 지식 전달을 목표로한 책이였다면 좀 힘들겠다 싶었을텐데 짧은 칼럼 형식의 글이라 각각의 글을 읽으면서 깨닫고 마음에 새겨지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

애써 칼럼을 찾아 읽는 수고로움 따윈 하지 않는 나에게 칼럼이 주는 매력도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읽고 싶은 것만 읽는 다는 현상을 깨달은지 오래지 않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아도 답이 안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우리는 모두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을 깨닫고 난 후 모든 것이 이해 되었다.

정조의 비밀어찰과 실학을 보는 관점을 통한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통한 통찰 부분도 인상깊게 다가왔다.

중화와 화이론에 대한 부분도 재미있었다. 나의 조상이라고 늘 자부심 있게 말하고 있는 이익과 홍대용의 화이일야론의 주장을 보면서 오랑캐의 영역이 어디까지일까 궁금했던 부분이 해소되었다.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도 하였었는데 작가의 말대로 홍대용의 화이일 사상이 해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며칠 전 읽었던 <흠흠신서>의 정약용과 셜록 홈즈, <정의란 무엇인가>의 마이클 샌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부분에서는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주장을 공통된 주제로 엮은 이야기들이라면 뒤로 갈 수록 공동체와 세계 속 우리라는 확장된 의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언제나 역사 속의 역사 알기에만 급급한 나였는데 오늘 날 세걔 속의 우리와 연계된 실학 사상을 바라보며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도 관심가지려 하지 않았던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숲을 산책하며 힐링하는 시간을 갖겠노라는 철없는 가벼움으로 책장을 펼쳤지만 실천이라는 실학의 본질을 깨닫고 나니 발걸음이 무겁단 생각으로 책장을 덮게 되었다.

방법을 일러줬으니 실천하라는 말은 내가 매일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였는데, 실학을 실학하려는 사람이란 말이 더욱 마음에 새겨지게 되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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