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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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는 어렵다는 선입견으로 회피해 오다가 잘 짜여진 청소년용 도서로 접하면서 시대를 이해하고 사상을 이해하는 과정을 즐기게 되었다. 실용적인 학문인 실학을 좋아한다는 막연함으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접하는 과정에서도 청소년용 도서의 덕을 톡톡히 보았었다.

다산 정약용의 업적에 관련된 글은  왕왕 읽었지만 정작 그가 쓴 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경세유표>라던가 <목민심서>가 유명하여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개인적인 흥미를 자극시켰던 글은 <흠흠신서>였다. 삼가고 삼가는 일이라는 뜻의 흠흠이란 단어가 꽤 독특하게 다가왔지만 법과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 글이기에 더욱 읽고 싶었다.

청소년 도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막연히 읽고 싶다는 생각만 품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이 책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표지 그림과 제목만으로는 이 책이 <흠흠신서>와 관련된 이야기라곤 유추할 수 없었다. 다산, 법, 정의, 살인사건 등등 제목만으로도 모든 걸 알아낼 수 있어야 했었는데 <흠흠신서>란 책 제목에만 무척 집착하고 있었나보다. 그렇게 흘려버릴 수도 있었던 이 책은 그 동안 그리도 읽고 싶었던 <흠흠신서>를 제대로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이 책의 들어가기 전에 글은 어떠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 조차도 이 한 권이 담고 있는 책을 제대로 이해해 낼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기에 반드시 읽기를 권해드린다.

정약용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흠흠신서>에 대해서도 당시 조선 시대 사회 배경에 대해서도 잘 설명되어 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함을 느꼈는지  알아두기도 추가로 실려있는데 <흠흠신서>의 구성과 내용을 비롯 당시 체벌의 종류와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총 다섯장의 주제로 각각의 사건들을 묶어 정리해 두었는데 사건의 길이가 길지 않고, 다산이 말하다 부분을 별도로 표시해 두어 다산의 생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구성도 좋았다. 그리고 다산과 정조의 의견일치, 또는 의견대립 등 서로의 의견을 읽어보는 과정도 무척 흥미로웠다.

지금처럼 삼권분립이 이뤄지지 않은 시절이기에 정치인이 법관의 역할까지 하는 시절이라 공정을 이야기하기에 무척 불리했을지도 모르겠다. 뭐 분리가 되었다 하였지만 현재 판결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을 보면 지금은 예전보다 낫다고는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명한 정조와 다산이 있었던 이 시절엔 그래도 억울한 사람이 조금은 줄었던 시절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야기의 첫 부분에 지명이 나오고 그 곳에 사는 인물이 나오고 억울한 한을 품고 살인사건이 나온다는 이야기는 주로 전설의 고향에서는 접할 만한 일인데 실제로 있었던 살인사건 수사 일지란 것이 전설을 읽을 떄와는 다른 마음 가짐을 갖게 하였다.

아내를 살해 한 뒤 연못에 빠뜨려 자살로 위장한 행위를 보고 살인보다 더한 교활함이라 응징했던 처벌을 보고 통쾌함을 느꼈으나 수위를 넘어선 현대의 더 악랄하고 교활한 범죄를 생각하니 먹먹해졌다.

부인도 죽이고, 부모도 죽이고,상급자의 갑질이 있고 음주 사고가 있고 어찌보면 현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사건들을 읽다보니 사람 사는 세상 변하지 않는건가 싶기도 하다.

이견을 보이는 경우 더 엄격한 잣대로 죄인을 엄히 다룰 것 같은 정조는 되려 관용주의를 보이고 법의 기준에 맞게 엄격한 처벌을 요하는 사람은 다산이었다.

백성의 아버지인 임금의 자리였기에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뒷받침하고 있는 해석이었는데 솔직히 지금도 어떤 판결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법대로만 하기로 한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다가도 인간들이 사는 세상 얽히고 설킨 사연들을 들여다 보면 단칼에 유무죄로만 결론짓기 어렵기에 판결을 앞둔 사건들 앞이 시끌시끌한 것일 것이다.

재밌는 조선시대 살인사건을 읽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펼친 책이었지만 법이란 무엇인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고, 법과 인정을 고려한 판결은 어디까지가 옳은 것일까 여러 상황에 빗대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늘 청소년 도서에 의지하며 역사를 대했던 나에게 너도 충분히 역사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준 책이기도 하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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