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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기위한 프로젝트의 결과 거대 지하도시 '시안'과 열대 우림을 재현한 '신아마존'은 탄생되었다. 당시 시안에 본부를 둔 바이오옥토퍼스 제약회사는 자사의 이익을 위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백신을 개발하여 초국적 대기업으로 발돋음하였으나 바이러스 변이는 많은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고, 서기 2068년 시안은 지상세상과 단절한 채 시스템화하여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바이오옥토퍼스는 장수유전자를 개발하여 수명은 연장되고, 그들이 낳은 늦둥이들은 기숙사에 모여 생활하게 된다.
늦둥이 미마는 시험을 잘 보기위한 스마트약을 사기위해 쿠게오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얻어온 물고기와 동조자란 뜻의 싱커라는 가상 체험 게임의 테스터가 됨으로서 사건이 전개된다. 신아마존에서 반려수(伴侶獸) 를 선택하고 싱크하여 교감을 나누는 게임, 이것은 난민촌 출신의 연구원을 엄마로 둔 칸이 지상의 세계를 보여주고, 인도하려 했던 의도가 숨어있었다.
바이오 옥토퍼스의 장현수박사는 우리 안에 발현되지 않고 짐든 유전자를 다시 깨울 수 있는 스위치, 즉 역진화 발생기를 발명했으나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고 그의 아들 부건은 미마를 도와 또 다른 친구 다흡 과 함께 낯선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다.
아바타영화의 원작을 보는 듯한 느낌, 그 외 트루먼 쇼, 아일랜드, 마이너리그 리포트등 여러 영화가 오버랩되며 일부 권력자에 의해 감춰진, 세상과 단절된 채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미래 가상 현실을 상상해 보게 되는 책이다.
내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의 폭이 좁고 행동의 제약을 받으며,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부리기 쉬운 소시만으로 전락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몸을 감싼다. 다행히 이 책에서는 교육도 받고, 친구를 찾거나 보호하기 위한 시민 시위도 일어나고, 인권진흥원도 있으며 (소속기자 보리스출현), 웹상에서 소식을 주고받는 자유를 가질 수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기회사의 약을 팔기위해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진짜 세상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신아마존을 파괴하는 일도 서슴치 않는 강자들의 독단과 이기심, 태어날 때 부터 유전자 귀족은 많은 혜택을 누리며 부를 누리는 불평등한 사회계층, 장수사회에서 미래로 향한 기회의 문이 절망적으로 좁아지는 문제등 시사하는 바도 크다.
남의 주장에 따르거나 보조를 맞춘다는 뜻의 동조(同調), 영어로는 싱크(sync)는 비이성적이며 무조건적인 집단 동조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기억해라. 동조는 도미노 현상이다. ..크게 보면 유발자, 조기 수용자, 소극적 수용자로 나뉜다, 접촉, 충돌, 동조의 시작은 소박하다. 하지만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하면...시간 문제일 뿐이다.
기억해라. 인간의 이성이란 것도 이처럼 감염되기 쉽다. ...어떤 강력한 힘에 사로잡힌 것처럼 말이다. (p35~36)]
우리 안에 내재된 가능성을 막으며, 불만없이 안주하고 살아가길, 눈 먼 집단 동조에 좌지 우지 되는 것을 바라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함을 느낀다.
부도덕한 이익이나 권력에 눈먼 바이오옥토퍼스처럼 말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념해야 할 문제일 듯하다.
[어른들은 말했습니다. 자신들이 알던 세상을 빙하가 휩쓸어 가버렸다고. ...동아무역센터의 철골 그게 우리가 아는 지상의 모습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너머에 다른 진실이 있다면?
덮인 눈꺼풀을 걷어내고 바라본 세계가 또 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면?
싱커들은 아마존을 통해 시안밖의 다른 세상 하나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앞에 상상도 할 수 없는 세계가 다시 펼쳐 질 지도 모릅니다 -싱커 통신 중에서-(P180~181)]
[칸, 예전에 너와 함께 새들이 날아오른 절벽에서 본 파란 하늘을 잊을 수가 없어... 그걸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내 삶은 더 이상 똑 같을 수 없어졌다고. 몰랐다면 모르는 대로 살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달라..(P237)]
시안의 아이들이 살기에 차가운 자연의 세상은 적응하기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하고, 힘겨울 수도 있다. 중앙 통제시스템으로 보호받는 시안의 지하세계가 더 그들에게 편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파란 진짜 하늘을 본 그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인간외에 진짜 살아있는 생물체 보기를 염원했던 미마가 자연의 생태계와 교감을 나누는, 감각을 공유하는 지상세계에서 해방감을 느꼈다면 예상된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미래세계에선 넘나드는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기 위해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빠른 전개와 역동적인 스토리는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미래를 상상하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모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