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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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9년만에 긴 숨을 고르는 장편을 들고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하기에 더욱 뜻 깊은 소설이 된 [A]

 

공동체 집단 생활을 한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A]는 탄생되었다.

 

공예공장과 신신양회의 사장을 어머니라 부르며, 이모들과 삼촌은 집단 생활을 하며 일을 한다. 그들은 마을 상점의 이름을 공장이름에서 따올정도로 사업을 번창시켰으나 과욕의 사업확장과 쓰레기 시멘트 파동, 눈앞의 이익을 위한 환경파괴는 결국 공장의 몰락을 가져왔다.

 

화자(나)의 엄마를 비롯해 6명의 이모는 사랑에도 자유로와 결혼을 않고 아이들을 출산하게 되고 고학년이 되어 서울로 나가기 전(물론 서울에서도 그들끼리는 공동체 생활을 함), 그들은 대추나무집에서  모여  공동체생활을 하게되는데 그 곳에선 '아빠'라는 단어는 잊혀진 어휘였다.

 

그런 그들에게 전대미문의 사건이 터졌다. 남자 3명을 포함해 스물네명이 집단자살을 했고, 이들 모두를 삼촌이 교살한 뒤 목을 맨것으로 추정되나 자살의 원인이나 경위에 대해서는 밝혀지지않은 채 수사는 종결된다.

그것은 시한부 종말론에 심취한 종교집단 사건으로 치부됐다.

 

그 현장에 같이 있던 나(화자)는 열아홉살이었고,  뇌종양에 의한 후천적 장님이 된 이유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3년 뒤 서울에서 공부하던 이모들의 같은 해 태어난 2세들,

 기태영오빠와 정인, 은영, 준희언니들과 나는 다시 엄마들이 일군 공장의 영광을 재현하려 애쓰나 젊은    ceo 기태영도 결국 욕심에 의해 실패로 돌아간다.

 

기자 최영주의 기자정신으로 몇 몇 사실이 밝혀지고, 우리는(언니들과 나)다시 새로운 일을 꿈꾼다.

 

이야기를 다 읽는 동안 알수없는 궁금증이 생긴다.편지봉투에 새겨진 'A'의 정체를 알고 싶어하는 것은  독자들 모두 나와 같지 않았을까? A로 시작하는 첫글자를 따서 천사다, 유능이다, 간통이다 의견이 분분하다. A가 새겨진 편지안의 내용에서 영화배우 김준도 인기가수 이 성욱도 받은 허무맹랑한 제의는 무엇이엇을까? 그것이 결혼없이 공동체생활을 하며 우생학적으로 뛰어난 아이를 갖기를 소망한, 모계사회에서 아이를 늘리기 위해 고안한 계획은 아니었을까?

 

A라고 하면 [주홍글자]에 나오는 낙인, 굴레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수 세기가 지난 지금의 여자들은 그 A로부터 자유로운가" (p70)

 

A가 들어 간 단어를 떠나서, 과거 A(낙인)에 자유롭지 못한 여자들에게 반대개념으로 아기아빠를 고를 수 있는 제안은 아니었을지? 사랑에 자유분방하고,집단을 유지하며, 아기를 낳은 후에도 아빠의 도움을 원치않던 그들에겐 필요한 일이고, 있을 수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다양한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다.

 

싱커 베단텀의 [히든 브레인]에 의하면 자살 테러리스트나 종교집단의 자살들을 터널로 설명을 한다. 터널의 중요한 특징은 터널의 외부세계를 봉쇄한다는 것, 터널안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터널이 세계의 전부이다. 그들끼리는  형제자매들의 강한 의리로 뭉쳐 편향적 사고를 가져올 수 있고, 어떤 동기에 이끌려 스스로 생명을 기꺼이 내놓는 일까지 가능케 하는 것이다.

 

공동체 생활은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많은 장점도 있지만, 터널에 갖혀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인식으로 인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도 경계해야겠다.

 

인간의 욕심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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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2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2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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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삼봉집 三峯集>의 자료들을 재해석하여 참고하였으며 실제 역사와 픽션이 공존하는 소설이다.

두번째 하권에서는 드디어 역성혁명이 이뤄지고 끝내 많은 이들의 피를 보게 되는 참혹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로지 요순의 태평성대다.'

정도전은 평생 동안 오직 그 한가지만을 꿈꿔 왔다. 임금은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들은 밭을 일구어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사는 세상, 전쟁도 없고, 가난도 없는 세상, 봄이면 들꽃이 난만라고 햇살이 따뜻하여 남정네들은 들에 나가 일을 하고 아낙네들은 나물캐고 빨래하면서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세상...(p108)

 

그는 전제 개혁(농지 개혁)으로 기득권 세력의 부를 몰수하여 권력을 약화시키고 백성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려하였으나 이는 귀족층의 반발을 사게되고, 격변하는 시대에 권력의 속성은 주도권을 잡기위한 음모와 상대를 쓰러트려야 자신이 살 수 있는 긴장의 순간들로 결국 피를 부르게 된다. 위화도 회군의 위세로 걸출한 장군 최영의 죽음도 안타까운 일이며, 고려를 위해 절개를 지킨 이색, 정몽주의 죽음도 애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1차 왕자의 난에 의해 끝내  이 방원에게 당하는 정도전 또한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 건국 후 한양으로 천도하여  경복궁이며 한양 성곽공사나 도성 축조에 그는 이 나라와 도성이 천년만년 영원하길 기원하며 밤낮으로 일하였고, 토지 관제등 많은 개혁을 단행하였으며, 요동 수복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정도전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10년 앞, 1백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 대계가 그려져 있었다."(p163)

 

 그는 군주가 권력을 남용하여 폭정이 일어나면 안되며 임금이 신성한 존재가 아니라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부지런히 일을 해야하는 일개 경영자라는 사실을 명백히 주장했다고 한다. 그 당시 감히 누가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결국 그는 죽음 앞에 <자조 自嘲>라는 시를 짓고, 요동 정벌을 못 이룬 것을 아쉬워하며 조선 경국전으로 조선을 다스리길 부탁하며 스러져갔다.

 

 정조시대부터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흥성대원군에 이르러 고종은 조선의 개국자 정도전에게 문헌(文憲)이라는 시호와 함께 유종공종(儒宗功宗)이라는 편액을 하사하였고, 이것은  그의 사당이 있는 경기도 평택에 쓸쓸히 걸려있다.

 

역사는 정복자의 기록이며, 그에 대한 평가는 후세에 이뤄지는 것이지만 정도전은 문무를 겸비한 사상가이면서 실천적인 정치가였다는 사실은 틀림없다.혁명가적인 소질과 천재의 오만함으로 곁에 사람이 없고 외로웠으나 그는 요순의 태평성대를 꿈꾸었고, 자신의 권력이 아닌 백성을 위한 민본정치를 주장했으며 고구려, 발해의 요동땅을 되찾으려 애썼다는 점 짚고 넘어가야한다.

 

그의 사상은 지금도 가슴에 새겨야할 부분이 있고, 배우며 실천해 나가야한다. 지금의 위정자들이 새겨들었으면 하는 이 한마디! 그의 장엄한 모습에서 나오는 이 말 한마디가 귓전을 맴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고, 군주는 가장 가볍다.'(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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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정도전 1 -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하다 정도전 1
이수광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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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 전 우연한 기회에 충북 단양으로 정도전의 답사여행을 다녀왔다.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교수와 함게 한 답사라  가는 차안 내내 정도전에 대한 공부와 퀴즈로 여느 다른 답사와 달랐지만 매우 의미있는 여행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 후 그에 대한 책을 읽고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반골기질을 타고나 순탄치 않은 생을 살다간 정도전은 명성 높은 학자 아버지 정운경과 천민 출신 어머니 우씨 사이에 태어나  '종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외면과 괄시를 받았으나 어려서부터 천하를 품은 그는 끝내 이성계의 책사및 지략가로 거사를 이룬다.

 

아버지의 부탁으로 이색의 수하생으로 들어가 정몽주, 이숭인, 하륜등과 함께 깊은 정을 나누며 공부를 하였으나 새나라 건설이라는 운명앞에 뜻이 갈리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고려왕조의 정통성 계승을 주장하는 이색 스승님과 정몽주, 이숭인을 처단하여야  하는 상황, 옳은 일을 위해서는 친족이나 스승까지 죽일 수 있다는 '대의멸친'을  체감하게 된다.고려 말 권력가들의 수탈과 신돈의 부패, 가난에 허덕이는 백성을 보며 정 도전은 새나라 건설의 당위성을 확인하고 있었다. 공민왕의 시해및  신돈의 아들이라는  우왕의 추대, 이를 반대하다 유배를 가게 된 정도전은 거기서 혁명을 꿈꾸며 많은 책을 읽게 되었고 가난한 백성들의 삶을 바로 알게 되었다.

 

그가 저술한 <조선경국전>을 보면 군주가 하는 일은 능력이 출중한 재상을 발탁하고 총재가 군주를 받들고 만민을 다스리는 신권(臣權)정치를  구상하는데 신권과 왕권이 동등해야하고 국왕이 신권을 침해하지 말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국가 경영의  꿈을 그 당시에 꾸고 있었으니 이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는 내각책임제와 같은 것으로  그 당시 얼마나 파격적이고, 앞서 나간 생각을 한 인물인지 짐작케한다.

그저 하늘을 버리고 백성을 택한 그의 운명처럼 요순태평성대를 꿈꾸는 그는  당시 권력가뿐 아니라 명나라에게도(요동정벌을 준비하는 일이 거슬림) 눈의 가시처럼  제거대상 일순위였다

 단지 그의 지음은 그의 처 최씨와  태조 이성계뿐이라고나 할까 ?  난세를 살아간 그의 생은 파란만장하기만 했다.

 

영웅은 태어나 지는 것일까? 사대부사관에 젖은 관료적 시대에도 출신의 핸드캡을 극복하고  약자편에서 보다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침없이 돌파 해 나가는 그의 모습이 놀랍다.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고, 자신의 꿈을 이뤄 줄 이 성계를 찾아가 일을 도모하는 지략가적인 면모에서  한쪽을 취하기 위해선 한쪽을 버려야 하는 이치를 깨닫게 하며  균형 잡힌 안목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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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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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는 인간의 삶,

그것은 결국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연습’이다.

 

우리 민족의 장편소설을 써 온 조정래작가는 이 책에선 분단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체험해온 소위 ’간첩’이라 불리는 주인공을 통해 개인의 순수한 삶의 동기로서가 아닌 이념이나 체제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산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북에서 넘어 온 이념적 쌍생아인 박동건은 가족들의 외면과 죽음앞에서도 자기는 전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의미로 남는 사람이었다. 혹독한 고문과 폭력을 견디여내게 한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은 그가 존재하는 이유였고, 자기 정체성의 전부였기에 비극적인 삶을 살다간 인물이었다 . 그에 반해 같이 남파된 윤혁은 30여년간 옥살이와 연좌제로 인한 친척들의 외면,  강제로 전향하는 과정중의 고통과 굴욕속에서도 죽음을 이겨낼 수 있었는데 이는 두 송이 꽃을 발견했기때문이었다. 우연히 부모없는 불쌍한 처지의 남매를 도와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그는 의지할 맘씨 좋은 할아버지였고, 그에게 남매는 삶의  활력소이자 기쁨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윤혁을 감옥에서 만나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배우던  강민규는  피붙이 없이 배척당하는 그에게 변하는 세상에 대해 알려주고, 실제적으로 번역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게 도와준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었다. 소련의 붕괴와 북한 주민의 굶주림등 자신이 평생 믿어왔던 사회주의의 몰락은 그에게 혼란과 곤혹스러움을 주었지만, 강민규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자 주인공 윤혁은 강민규의 시민운동단체에 인세로 받은 수입의 절반을 기부하는 일까지 행하게 된다.

 

악몽에 시달리는 고통과  외로움, 인생을 헛 산것 같은 자괴감에  혼란스러웠던   전향 장기수 윤혁이지만  전향자들이 남한에서 삶의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운이 좋게도 그는 번역과 자기수기를 책으로 내어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고, 수기에 감명받은 한 여인(전쟁당시 간호병이었나 지금은 고아원을 운영하는 원장)의 도움으로 삶의 안정을 찾고 인간에 대한 불신과 혐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만드어 가게 되었다.

이 책은 악몽과 고독으로 얼룩 진,  30여년간 긴 옥살이를 하며 잘못 된 이념에 대한 신념을 굳게 지킨 이들의 불행한 삶이 고스란히 전해진다.가족이 있어도 이해받지 못하고, 연좌제로 심지어 가정을 파괴시키는 비극의 원인 제공자로 어디서나 냉대받고 감시 대상인 그들의 인생에서 남는 것은 무엇이 있었을까?

  사회주의가 붕괴된 지 오래된 마당에  이념의 대립으로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를 꺼내본다는 것이 새삼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대홍수와 후계자문제로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지도부 소식이 뉴스에 오르내리듯 우리 가까이에  아직 끝나지 않은  현실의 문제가   남아있다. 아직도  체제나 이념의 틀에서 고통을 당하는 제2의 윤혁이나 박동건이  비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책 장에 나란히 꽂혀있는 책중의 ’인간연습’이라는 제목은 내 눈길을 사로잡았고, 책을 통해 남파된 전향자들의 삶을 되짚어 이데올로기와 인간 이기심에 희생된 개인적인 삶을 생각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의미 또한 가치있다.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사회운동을  준비하는  강민규의 모습에서  건전한 보수와 생산적 진보를 조화시켜 좌우의 날개로 균형을 잡는 사회로 만들고자 하는  그의 목표가  지금은 얼마나 현실타당하며, 어느정도 부합한   활동을 해 나가는지 생각 해 보게도 된다.

 

역사, 그것은 인간의 삶이었다. 이데올로기, 그것도 인간의 생산물이었다. ...이데올로기란 인간의 인긴다운 삶을 위해 인간이 만들어 낸 발명품이었다. 그런데 그 발명품은 당초의 목적대로 쓰이를 못했다....당원들의 부패와 타락의 뿌리는 이기주의다. 이기성이라는 본능의 힘은 무섭다. 모든 종교의 공통된 미덕은 나만을 위한 이기심을 버리고 남도 위할 줄 아는 이타행을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다....그러나 성직자들이 이기심이라는 본능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듯  당원들도 다를 것이 없었다.

인간..., 인간이란 본능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그럼, 인간의 이성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며, 이성의 힘은 능히 본능을 제압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던가. 내가 30년 넘게 감옥살이를 하지 않고  그냥 당원으로 살았다면 나도 인민들에게 원한을 살 정도로 부패하고 타락했을 것인가. 인간... 그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인간의 이성이란 본능을 이길 수 없고, 그것이 인간의 한계 아닐까.그 ’인간의 한계’가 사회주의 몰락의 절대 원인은 아닐까...(p119~120)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본능에 이끌리기 쉽고,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이성이란 본능조차 이겨내지 못할 나약한 힘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경각심을 갖아야 겠다.  이는 요즘도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 도덕심보다는 나 하나의 이익을 위해 한쪽 눈을  감아버리고, 범법행위도 버젓이 하는 위정자나 사회지도자들의 모습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않는가? 누구보다 이성의 힘을 믿는 우리지만, 누구나 많은 유혹과 본능에 넘어가기 쉬운 나약한 존재라는 입증 또한 보여주고있다.

그러하기에 인간다움에도 끊임없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더 가슴에 와 닿고, ’연습’을 통한 이타심을 키워 평등하고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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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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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잠자리에서 그저 재미있는 옛이야기로 친근히 다가왔던 고전이 좀 커서는 여성의 입장에서 유교적인 관습으로 효나 열녀라는 굴레에 얽매어 희생을 치르거나 정절을 강요당하고 , 영원한 주제인  권선징악은 너무 식상하여  그저 그런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로 치부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고전문학작품이 여러 주제를 포함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될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를 극복하고, 지금도 우리가 고민하는 모습이나 주제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복제인간의 문제까지 연결하며 자아 정체성문제를 제기한 <옹고집전>이나, 성별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독립적 인생을 선택한 여성을 그린 <정수정전>(정말 뜻밖이다. 그 시대에도 여성의 능력에 주목한 작품이 있었다는 것이), <춘향전>에서 춘향이는 단순히 정절을 수호하는 인물로서가 아닌 신분상승 욕망과 심지어 인간해방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역설하는 인물로 재해석되고 있으니말이다. 이런 춘향이의 신분상승의 통과의례는  여성의 성공=결혼=신분상승의 공식을 반영하는 90년대, 2000년대의 TV드라마로 연결지을 수도 있었다. 이는 신분 차이가 나는 여주인공과 재벌 2세들과의 사랑등 처한 상황과 배경은 다르지만 아직도 수많은 드라마에 춘향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나무꾼과 선녀> 또한 선녀의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한 결혼인가?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결혼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무꾼의 행동은 사기, 납치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였으며 사슴은 공모자라고 얘기한다. 또 선녀의 결혼생활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나 가족관계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옛이야기를 과거 권선징악이나 교육적 메세지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야기속에 숨어있는 이데올로기와 사람들의 욕망과 갈등의 모습을 포착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고,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고민을 잘 생각해보고 헤쳐 나가기위해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

 

우주선을 띄우고, 로봇이 사람일을 대신하는 현대에도, 우리는 영웅에 열광하고 있다.

<주몽신화>나<여성영웅설화>, <홍길동>의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 외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웅이나   <해리포터>,<드래곤볼>,<메트릭스>,<스타워즈>등  우린 도처에서 영웅을 만난다. 이는 갈등과 위기의 시대,  현대 세계를 벗어나거나 이상적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길 기대하기때문이다.  이 때 악의 무리는 너무나 악당다운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우리는  악인이라 규정된 인물에 행동을 악행이라 이름붙이며 영웅의 활약상을 즐길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나 아렌트가 나치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보았듯이 지극히 평범한 인물, 즉 전혀 악당답지 않은 인물이  '묻지마 살인'을 하는 등 악의 평범함에 현대인은 더 큰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점도 짚고 있다. 현대인의 공포를 잘 간파하고 있다.

 

공동 저자가 모두 남성이긴 하지만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문제점들도 놓치지 않았고, 주제에 대한 분류가 좀 뒤섞인 경우도 있으나 시대를 아울러 영화와 판소리, 그 주제에 관해 더 읽을 책을 안내하여 흥미를 더 배가시키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나 윤리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으나 역사를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질문이나 거쳐야하는 통과의례등의 중요성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하기에 우린 고전을 통해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철학을 살펴보고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현실을 반추할 기회를 갖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 될 듯 하다. 이것이 우리가 고전을 외면하서는 안되는 이유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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