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대중문화를 엿보다 - 젊은 인문학자의 발칙한 고전 읽기
오세정.조현우 지음 / 이숲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어려서는 잠자리에서 그저 재미있는 옛이야기로 친근히 다가왔던 고전이 좀 커서는 여성의 입장에서 유교적인 관습으로 효나 열녀라는 굴레에 얽매어 희생을 치르거나 정절을 강요당하고 , 영원한 주제인  권선징악은 너무 식상하여  그저 그런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로 치부되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고전문학작품이 여러 주제를 포함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 될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차를 극복하고, 지금도 우리가 고민하는 모습이나 주제를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복제인간의 문제까지 연결하며 자아 정체성문제를 제기한 <옹고집전>이나, 성별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독립적 인생을 선택한 여성을 그린 <정수정전>(정말 뜻밖이다. 그 시대에도 여성의 능력에 주목한 작품이 있었다는 것이), <춘향전>에서 춘향이는 단순히 정절을 수호하는 인물로서가 아닌 신분상승 욕망과 심지어 인간해방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를 역설하는 인물로 재해석되고 있으니말이다. 이런 춘향이의 신분상승의 통과의례는  여성의 성공=결혼=신분상승의 공식을 반영하는 90년대, 2000년대의 TV드라마로 연결지을 수도 있었다. 이는 신분 차이가 나는 여주인공과 재벌 2세들과의 사랑등 처한 상황과 배경은 다르지만 아직도 수많은 드라마에 춘향이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나무꾼과 선녀> 또한 선녀의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한 결혼인가?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결혼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무꾼의 행동은 사기, 납치에 해당하는 범죄행위였으며 사슴은 공모자라고 얘기한다. 또 선녀의 결혼생활을 통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나 가족관계의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옛이야기를 과거 권선징악이나 교육적 메세지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이야기속에 숨어있는 이데올로기와 사람들의 욕망과 갈등의 모습을 포착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고,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고민을 잘 생각해보고 헤쳐 나가기위해 문제를 던져 주고 있다.

 

우주선을 띄우고, 로봇이 사람일을 대신하는 현대에도, 우리는 영웅에 열광하고 있다.

<주몽신화>나<여성영웅설화>, <홍길동>의 예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 외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웅이나   <해리포터>,<드래곤볼>,<메트릭스>,<스타워즈>등  우린 도처에서 영웅을 만난다. 이는 갈등과 위기의 시대,  현대 세계를 벗어나거나 이상적인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길 기대하기때문이다.  이 때 악의 무리는 너무나 악당다운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우리는  악인이라 규정된 인물에 행동을 악행이라 이름붙이며 영웅의 활약상을 즐길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나 아렌트가 나치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에서 보았듯이 지극히 평범한 인물, 즉 전혀 악당답지 않은 인물이  '묻지마 살인'을 하는 등 악의 평범함에 현대인은 더 큰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점도 짚고 있다. 현대인의 공포를 잘 간파하고 있다.

 

공동 저자가 모두 남성이긴 하지만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문제점들도 놓치지 않았고, 주제에 대한 분류가 좀 뒤섞인 경우도 있으나 시대를 아울러 영화와 판소리, 그 주제에 관해 더 읽을 책을 안내하여 흥미를 더 배가시키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나 윤리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도 있으나 역사를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질문이나 거쳐야하는 통과의례등의 중요성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하기에 우린 고전을 통해 그 안에 담긴 가치와 철학을 살펴보고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여  현실을 반추할 기회를 갖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 될 듯 하다. 이것이 우리가 고전을 외면하서는 안되는 이유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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