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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평점 :
미시마야라는 주머니집 둘째 아들이라는 애매한 위치, 그럼에도 넉넉한 살림과 너그러운 부모님과 일꾼들의 지혜로움 속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어 인생에 큰 불편함없이 살아가는 도미지로. 큰형의 복귀에도 큰 흔들림없이 일상을 향유하는 도미지로에게 조카의 탄생과 본인의 취미이자 장래희망이기도 한 화가라는 꿈이 연달아 시험대에 오른다.
조카가 태어나는데 도미지로는 왜 홍수같은 땀을 흘리며 산을 올라야 하는지, 흑백의 방에서 들은 이야기를 그림으로서 액땜하는 일에서 한층 더 나아가 화가로서의 삶을 꿈꾸지만 결국 절필하고자 하는 일이 일어난다. 청과 부동명왕과 자재의 붓이 도미지로의 삶에 굵직한 두 획을 그었다면. 단단인형과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은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서민들에게 영지 관리자의 잔혹한 탄압과 그 많은 마을 사람들을 몰살시켰음에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 냉혹한 현실을 그리고 있거나, 휴화산이 있는 마을에서 새의 깃털과 알껍질을 채취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화산 분출로 인해 사라지는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에도 한가운데에 여유롭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도미지로에게 평화로움 근처에는 전쟁터와 같은 곳도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70여년 전 너무나 처절한 내전이 있었지만, 그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자료화면이나 역사책에서만 글로서 영상으로서 겪는 현세대가 도미지로라면, 오빈이나 몬시로는 현쟁을 겪은 세대이니 100년도 안 되는 시간속에 정반대의 삶을 살았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세대의 이야기는 자칫 훈계가 되기도 하고 일장연설이라고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미미여사 특유의 단호하지만 따뜻하고 현실성을 잃지 않는 이야기 전개가 그런 염려를 지운다.
다음 작품에서는 도미지로의 좀더 어른으로서의 모습과 이이지로의 미시마야의 2대 주인으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