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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구슬 기술자 쇠똥구리 - 만화 파브르 곤충기 1
김남길 구성, 연두스튜디오 그림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파브르에 대한 책은 정말 많은 것 같다. 위인전부터 다양한 버전의 파브르 곤충기까지...
많은 파브르 곤충기 중에서도 이 책이 돋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텍스트가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이 보는 자연과학 넌픽션은 전문가가 쓰지 않아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내용이 자연스럽지 않은데, 이 책은 저자가 아이들을 위한 자연과학을 많이 써서 그런지 구성이 탄탄하다.
때문에 호기심 왕자인 파브르가 궁금증을 연구하고, 또 궁금한 것이 생기고, 연구하고..하는 것들이 부드럽게 연결된다.
파브르의 가설과 그 가설을 확인하는 부분의 구성이 매끄럽다. 파브르는 책에서 그것을 때로는 '심증'이라고 하는데 과학 탐구의 훌륭한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다.
만화적인 요소도 충분히 살려서 양념 인물 설정도 있고, 한번씩 주책 맞은 파브르도 정겹다.
교과서보다 더 깊은 지식을 알게 된 것에 흐믓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아이들과 함께 사람과는 다른 쇠똥구리 생활에 신기해하고, 쇠똥구리가 얼마나 괴력이 소유자인지, 어떻게 알을 낳고, 애벌레는 어디서 자라나는지, 어떤 똥을 좋아하는지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세밀화로 표현된 쇠똥구리 종류를 보면서 나는 휴가차 내려간 시골에서 쇠똥구리를 찾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이 되서 읽은 파브르 곤충기의 느낌은 다르다.
이 책은 지식만 주지 않는다. (별 볼 일 없는 과학책의 가장 큰 특징이 지식만 주는 책이라 생각한다. )
책 속에 간간히 비춰지는 가난한 생활에도 파브르가 곤충 연구를 한 끈기. 하지만 난 그 끈기를 아이들에게 은근히 강요하지 않을테다.
그 끈기의 힘은 파브르의 열정 때문에 가능했음을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한테는 끈기라고 보여지는 것이 자신은 사랑하는 대상과 더 함께 있었던 시간이었을 뿐이다.
생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어릴 때, 별로 이해되지 않았던 인물 파브르...위인전이 아닌 곤충기로서 그가 왜 위인이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역시 인물을 제대로 알려면 위인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