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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군화 ㅣ 잭 런던 걸작선 3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그린 일련의 소설들 중에서 가장 끔찍스런 미래를 보여 준 소설이었다.
주인공 어니스트 에버하드는 1912년 부터 1932년까지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혁명가이다.
하지만 소설의 주 화자인 그의 아내 에이비스 에버하드를 통해 주로 묘사되고 있고, 이상적인 사회주의 혁명가의 전형이다.
맑스의 잉여가치론에 대해 이토록 쉽게 풀어쓴 책이 있을까?
잉여가치에 의한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인 몰락.....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소설속에서는 통일된 사회주의 세상이 소설의 주요 배경인 1910년대 부터 무려 300년이 지난 다음에 실현된다고 되어 있다.
소설의 발표된 1908년의 시점을 감안하면 이후 세계의 역사의 흐름...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를 잭 런던은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물론 세계대전을 노동자 계급이 총파업을 통해 막아낸다던지 미국과 전쟁의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던 독일이 혁명을 통해 공산화 되고 주변의 프랑스등과 오세아니아 지역이 공산화 되었다든지 하는 설정은 실제의 역사와는 많이 다르다.
하지만 내가 만약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할지라도 독일이 공산화 될거라고 예측할 것 같다.
작년에 읽었던 로제 마르텡 뒤가르의 [티보가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1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사회주의자인 주인공 자크 티보는 얼마나 고군분투 했던가...
장편 [태백산맥]에 맞먹는 분량의 장편소설인 [티보가의 사람들]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주요 내용은 1차대전을 앞둔 당시 유럽의 정세설명과 아나키스트와 사회주의자들의 이념논쟁이었다.
총파업을 통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여겼던 아나키스트들과 사회주의자들이 인터네셔널을 통해 노동자계급을 봉기시키기 위해 기울였던 수 많은 노력들...
이미 실패해 버린 혁명의 역사를 그렇게 무수한 책장을 넘기며 나 또한 자크 티보처럼 성공을 바라고 또 바랬던 기억이 난다.
앙드레 말로의 [희망]을 읽으며 스페인의 아나키스트들이 파시스트권력을 몰아내길 염원하던 그 부질없는 바램 처럼....
다시 [강철군화]로 돌아가 ....전쟁을 통해 잉여가치를 소비하려 했던 자본가계급은 국내의 시급한 문제로 집중 '강철군화'라는 과두 지배계급체제를 구축 철도,철강등 주요 기반산업의 노동자들을 포섭 귀족노동자계급으로 만들어 사회주의 진영을 분열시켜 양극화를 조장한다.
이건 마치 오늘날의 우리나라의 모습같지 않나?
칠팔십년대 대학생들이 노동계로 파고들어 의식화에 성공하여 노동운동을 이끌어 내지만 그 열매는 조선과 철강 금융업등의 일부 소수 정규직에게만 돌아가고 나머지 대부분의 임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몰락되어 버린....
어쨋든 그 이후의 스토리는 상상력이 끝간데 없이 미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고대 노예와 같은 상황에 처하여 계급에 따라 사는 구획이 나누어질 정도가 되어버린다.
주인공들은 신분을 위장하여 '강철군화'의 이중간첩이 되어 속고 속이는 스파이극을 벌이는데.... 시카고코뮨의 2차 봉기의 묘사는 마치 오늘날 좀비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렇게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살육파티를 벌이고 나서도 200여년이 더 지나서야 진정한 통일 사회주의 세상이 온다니....잭 런던은 마치 너희들 대부분은 살아생전 강철뒤축에 짖이겨져 죽을 팔자를 타고 났으니 체념하라고 조소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만약 이런 류의 주제를 가진 소설들을 모아 읽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예브게니 자마찐의 [우리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와 [아일랜드],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조지오웰의 [1984년]등이 있다.
[강철군화]를 필두로 위에 언급한 소설들을 모아서 읽고 마지막으로 이런 류의 소설을 훌륭하게 영상화 했다고 생각되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영화 [브라질]을 본다면 굉장히 즐거운 한편의 코스요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