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잡설 - 박상륭 꼼꼼히 읽기
채기병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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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륭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몇 가지 개념들을, 박상륭 저작을 기반으로 해,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저자의 해석이라든지 해설이 들어가 있지 않고, 그렇다고 다른 연구자의 입김도 없이, 박상륭의 저작만으로 용어를 풀이해 냅니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은 박상륭의 어휘들에 대한 (첨삭 없는) 풀이와 그 풀이가 기반하고 있는 저작들의 발췌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겠습니다.


에이, 뭐야. 결국 발췌록이잖아, 싶을지 몰라도 (일단 발췌록은 아니거니와), 생각보다 매우 재미있고 또 유용합니다. 박상륭의 저작을 읽다가 보면 다소 애매하게 이해되거나 두루뭉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이 책은 아예 작정을 하고서, 그런 것들을 한 자리에 몰아 이해시키려고 들어서 그렇습니다. 상당히 친절하고 상냥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책은 입문서라기보다도 오히려 박상륭의 저작들을 조금 읽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나다라 같이 떼고 들어가야 하는 무엇이 아니라 가나다라를 떼고 나서 필요할 때 집어서 보는 사전(어휘집) 같다는 말입니다.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아도 좋고 이해되는 부분은 과연 그러한가 살피며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박상륭 세계에 발목을 빠뜨려 쩔쩔매는 독자들에게 (몇 안 되는 박상륭 관련 저작 중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 같습니다.



+ 덧붙이자면 - 우주론과 상징은 재미있었지만 문체로 가면서 (저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편) 조금 오글오글거리기도 해요. 문제의 특성을 이야기하다보면 아무래도 찬사가 툭툭 터져나와서 그랬겠지요. 상징에서 신발 부분은 조금 아쉬웠고, 아무래도 친절해지자니 그렇게 되겠지만, 같은 말의 반복이 좀 많이 보이기도 해요.


그러거나 말거나 유용해서 가끔씩 들춰보면 재밌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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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조어론 2 - 제1부 중도(관)론 2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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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의 7조 촌장 촛불중의 기나긴 설법이 끝난 자리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유리가 알게 모르게 치러버린 세대교체의 제세한 과정과 그 의미를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대교체란 육조에서 칠조로 바뀐 촌장의 얼굴과 장로와 장로의 아들로 대변된 읍장의 얼굴을 말하는데 -이 두 가지는 유리의 안과 밖을 이루고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유리가 얼마나 커다란 변화 속에 놓이게 되었는가를 능히 짐작케 합니다.

 

  일단 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칠조는 육조에게서 은유적으로는 침과 해골의 대물림을 통해서, 실질적으로는 법의 대물림을 통해서, 촌장이면서 조사가 되었습니다. 그의 법적인 대물림의 증거를 1권을 통해서 보았다면, 2권에서는 촌장 되기의 고행을 통해 그 자신이 물려받은 침과 해골에 대한 대가를 치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은유적이니 실질적이니 하고 갈라놓고 있는 말은 침과 해골의 체와 용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상징이 되는 기호와 기호에 담긴 의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의미가 1권에서 보여준 설법이었다면 그 기호로서, 기호의 운명을 살아내기(육신이라는 질료를 연금해 내는 지고至苦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2권이라는 말을, 길고 지루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호로서 기호에 맞는 운명을 치러내는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칠조의 이야기는 새로 얼굴을 바꿔해 단 판관겸직읍장에 대한 이야기와 맞물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절로 시작되는 밖의 이야기는,

 

  예수가 그 자신의 죽음을 성취하기 위해서 유다를 필요로 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과연 새로 얼굴을 바꿔해 단 판관겸직읍장의 (그 나름의) 지혜와 역할을 보건대 그는 그 자신의 역할을 퍽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꽤나 매력적이고 꽤나 그럴듯한 한 국면을 담당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고 나면 왜 이야기의 초반에 세대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이 나타나는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육조가 육조로서의 자신을 완성하기 위해서 칠조를 끌어 당겼듯이 칠조 역시 그 자신의 역할(은 기호의 운명)을 잘 완수하기 위해서 판관겸직읍장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상하게 말이 나와서 오해를 막기 위해 덧붙이자면, 물론 판관겸직읍장은 칠조가 불러낸 이가 아닙니다. 그는 오히려 유리라는 집단이 꾸어낸 꿈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수렁과도 같은 유리가 아래 뿌리로는 판관겸직읍장을 꿈꾸어내고 위로 꽃으로는 칠조를 꿈꾸어내고 있다면 좀 이상한 말일까요. 갸우뚱.)

 

  그러니 여기에서 알게 되는 것은, 얼굴을 바꾸어 입은 것이, 조사나 읍장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칠조는 육조의 얼굴을 해 갖고 있고, 판관겸직읍장은 칠조의 얼굴을 해갖고 있으니 말입니다. 실로 그러고 보면 (미리 장래에 벌어질 일을 끌어다가 원활하게 해두기로 한 이야기를 빼놓고 나면) 죽음의 한 연구의 속편인 칠조어론 2권은 죽음의 한 연구의 재연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날의 대사가 이 날에 읊어지고, 그 날의 승부가 이 날에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여 죽음의 한 연구를 아름답게 읽으셨던 분이라면 칠조어론 2권 또한 앓음답게읽어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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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조어론 1 - 제1부 중도(관)론 1
박상륭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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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들여다보면 적응하게 되어 있는 한자는 두고서라도, 이 책을 읽기 정말 어렵게 만드는 그 큰 장애는, '더럽게 읽기 어렵더라'는 풍문이 아닐까" -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경전을 아우르다 보니 어떤 경전보다 크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실로 말하자면 이 책은 그 어떤 경전보다도 친절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왜 문학을 읊는 데다 대고 경전을 이야기 하느냐"고 묻는다면 "문학은 구원을 그 큰 주제로 삼는 경우가 빈번(하고 또 그것은 참 바랄만)한데 구원은 결국 (제도적인 것이 아니라 구도적인) 종교를 통해서 이루어질 테니 그러하겠다."고 대충 둘러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깜냥도 안 되는 이야기를 주섬주섬 주워섬기는 것은, 대충 비슷하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경전은 설법이고 문학은 인간이 구원을 성취해 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경전에는 자유가 없지만 문학은 여러 경전을 아우르는 (포용과) 자유가 있다. 경전에는 없는 깨달음의 과정이 바로 문학 속에 자리하는 것이다."


   하성란 씨가 진행한 <책을 삼킨 TV>에서 박상륭 선생이 하신 말씀이 저러 했었습니다. 이 말을 여기다가 꺼내 놓는 것은 제가 읽은 칠조어론 1권이, (눈썹을 제화에 향목으로 삼을 만큼 잃어가면서까지) 경전에서 볼 수 없는 구원의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이라는 것은, 인간을 바르도(저승)에서 역바르도(이승)로 의미없이 내달리게 만드는 욕망(이란 다른 데에서도 말고 마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하니 결국은 마음)을 길들여, 그것으로 도약대를 삼아 진화를 성취해 가는 것을 말합니다.


   구원을 말하는 자리에다가 진화를 틀어박아 놓은 것은, 그것이 상호 교환 가능한 것으로 보여서입니다. 고통에서부터 건져(구하여)진다는 것이 구원이라면 그 고통이 무엇이고 어디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탓입니다. 박상륭 선생은 그러한 고통을 '들쑤셔짐', '용천병'과 같은 말로 표현하고 있는데, 그것은 저에게 '방향성을 잃어버린 에너지, 목숨'으로 보였습니다. 삶이 어디로 나아갈지 몰라서 좌충우돌 하게 되는 바로 그 충돌지점에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통증이 있게 되고 그것이 바로 고통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러자니 구원이란 방향을 잃은 목숨이 스스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하던 말로 돌아가면,

 

   소주와 저육 냄새를 풍기며 시작한 이야기는, 여차히 저차히, 인간이 구원을 성취하기 위해 고통 당하며 치르는 우주적 한 전쟁의 한복판으로, 끌려들어갑니다. 그리고는 피와 죽음이 끓어오르는 한창의 전쟁통 속에서 그것의 의미를 밝혀 보여줍니다. 한 단계, 두 단계, 세 단계에 이르는 치열한 싸움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치러지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것은 그리고 인간이라는 집단이 그리고 인간이라는 단 한 사람이 진화를 위해 치러내야 하는 한 전쟁일 것이고 그것은 한 사람이 고통과 사랑(은 보살심)으로 꾸려가야 하는 한 삶(경지) 이외에 다른 것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이쯤되어서는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앞서 잘 알지도 못하는 말들을 고통스럽게 주워섬겼어야 했던 것은 결국 이 장면을 (이해하기 위한 룰을 몸에 익혀)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아니었을까 하는 의혹도 갖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놓고 보면, (이것은 뒷걸음질로 얻은 한 마리의 쥐 같은 것일 텐데) 이 책을 듣는 한 귀의 처지와 한 죽음을 잘 죽기 위해 (진화는 육신을 갖고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므로) 그것보다 한참은 더 길기도 긴 삶을 잘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처지는 퍽 닮아 있는 것도 같지 않겠습니까.


   이 책의 전작인 <죽음의 한 연구>가 뫼비우스의 띠 같은 내용을, 뫼비우스의 띠 같은 모양에다가 담아냈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이 이야기가 아주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다 터무니없는 이야기예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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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밀교 요가 - 위대한 길의 지혜가 담긴 7권의 책
라마 카지 다와삼둡 번역, 에반스 웬츠 편집, 유기천 옮김 / 정신세계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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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사자의 서를 읽고 나서 탄트라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주문했습니다. 쭉쭉 잘 읽히리라 기대하지 않고, 되는 대로 천천히, 곱씹어가며 읽을 생각이에요. 근데 책 좀 살살 좀 보내주세요, 표지가 찌그러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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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BOOK 레드북 -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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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이 책이 벌써 번역돼 나왔나요??? 영어 좀 한다는 사람도 읽기가 쉽지 않고 (라틴어, 독어 등) 내용도 상당히 까다롭다고 하던데... 역자 정보도 너무 없어서 두렵지만-_- 일단 질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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