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4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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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빠진 속물에 위선적인 늙은이 화자가 들려주는 서사는, 작품과 독자 사이에 이상한 공백을 펼쳐보인다. 이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독자는 이 '빛나는 공백'의 실체를 차츰 깨닫게 된다. 서술은 고전적이지만, 구성이나 의미는 지적이고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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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노트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09
정한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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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파편 같은 시도들은 새롭지도 않고 읽는 이에게 피로감만을 선사할 뿐이다. 고립도 좋고 냉소도 좋지만, 독해마저 거부할 것은 없지 않을까? 시인의 말이 가장 좋았다. “눈이 아하하하하하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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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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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묘하게 얼빠진 화자들의 입을 통해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담담하게 들려주는 진술들, 그 진술들 곳곳에 유머가 날카롭게 빛난다. 책상 앞에서도, 변기 위에서도 오랜만에 깔깔거리며 웃었다. 삶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은 언제나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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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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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소설임이 분명하고 그것을 부정할 생각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다시는 손이 가지 않을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약간의 비약을 덧붙여도 된다면 ‘지극히 한국문학스러운 한국문학’이라고 표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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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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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영미문학은 아카데미식 교육, 출판사와 편집자의 막강한 입김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매끈하게 잘 빠진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꿈틀거리는 예술작품이라는 느낌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사랑, 전쟁, 죽음이라는 잘 팔리는 소재를 영리하게 버무렸다는 생각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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