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 문지 스펙트럼
오에 겐자부로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어서 좋았던 점은 첫째, 손에 잡히는 책의 크기와 두께입니다.
  책의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크다고 생각될 정도로 작습니다. 두께도 두껍지 않고 얇아서 아담한 사이즈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손에 잡고 읽을 때 손안에 들어온다는 느낌과 무겁지 않음에 오랜 시간 책을 쥐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둘째로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가 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는 점이었습니다.
이 작고 아담한 책의 표지 안쪽 부분에는 '오에 겐자부로'의 작가 이야기가 꽤 자세하게 적혀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저는 작가의 이야기가 자세한 것이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책을 읽을 때에 책 속의 내용 부분만을 보았는데, 책의 작가를 알게 되는 것이 책에 대한 이해도를 키운다는 것을 깨닫고는 작가 부분도 꼼꼼하게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표지 안쪽 부분과 책 끝마무리 부분의 '옮긴이의 말' 내용에서 나오는 작가 이야기와 작가의 생애 부분이 작품의 이해를 키워주는듯하여 꼼꼼하게 보았습니다.

이 소설은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년 시절의 기억을 괴로운 것부터 감미로운 것까지 솔직한 형태로 이 소설의 이미지들 안에서 해방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쾌락적이기도 했다. 이제 소설을 쓰면서 쾌락을 동반한 해방을 느끼는 일은 없다. -오에 겐자부로-



-살인의 시대였다.-
소설의 초반 부분에 전쟁 중이라는 내용이 실리고 "살인의 시대였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 부분으로 미루어 짐작해보아 전쟁이라는 것이 주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생명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는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끌려가는 아이들과 그들을 구경하듯이 쳐다보는 마을 사람들. 어디에서나 쉽게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런 죽음에 무감각해지는 어린아이들의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인공이 10대인 어린아이들이라는 점이 의아했습니다. 작가는 어린아이들의 눈을 통해서 전쟁의 어떤 면을 바라보고 싶었던 것일까, 호기심이 생겨서 계속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야기는 전쟁의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전쟁의 이야기가 아닌, 말 그대로 아이들의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이 소설은 어른이 되지 못한 보살핌을 받고자 하는 본능이 살아있는 사춘기 어린아이들의 감수성을 깊게 들여다보며 풀어가면서 소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위에 덧붙인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깊게 이해했습니다. 작가의 속에 있었던 사춘기 소년의 공포와 방황과 여러 감수성들을 소설의 형태로 표현하며 자신 속에 억눌러 있던 감정들을 고스란히 해방시키고 치료했던 겁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자신의 감정을 해방시킬 수 있는 작가가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도 살면서 여러 감정에 지배당하고 억눌려있는데,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해방시키고 우리 스스로를 치료시키면 좋을까요?


무엇보다 이 책을 읽어서 좋았던 점으로는 책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고서 작가의 이름인 '오에 겐자부로'를 검색하여 보았을 때, 작가의 유명세와 여러 경력들이 작가의 호감을 키웠습니다.
 사실 소설의 초반 부분에는 도통 책을 오랜 시간 동안 잡고 읽을 수가 없어서 애를 먹었습니다. 감화원의 아이들이 숲에서 벽촌 마을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감화원'이라고 하는 곳에 대한 설명도 되어 있지 않아서 단순히 '소년원'같은 곳일 거라고 추측해야 했고, 아이들이 들어가게 된 계기의 사건도 나오지 않아서 왜 아이들이 지나오는 마을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 무대가 되는 벽촌 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지 책을 읽어내려가는 속도가 더디다가 벽촌 마을에 아이들만 남겨지면서부터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지고 사람의 본능에 대한 심리묘사가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묘사되어 계속해서 이야기 진행에 기대를 가지고 읽어내려갔던 것 같습니다.

- 어른이 되지 못한 아이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어른들도 아니고, 아이와 어른의 사이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춘기 소년들입니다. 그들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에 서있는 한, 그들은 어른들로부터 보호를 바라는 어린아이의 모습과 그들을 지켜주지 않는 어른들을 원망하며 자립하고 독립심을 키워나가는 어른스러운 모습의 경계선에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불평하지 못하고 복종하며 반항심을 보이다가도 어른의 그늘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번 자유를 만나고 자신들만의 왕국을 세웠으나. 어른들이 돌아왔을 때 안도해버리는 아이들을 보고는 그들이 아이들의 본능을 지녔다는 점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이 끝끝내 잊히지 않습니다. 원래 작가의 초고에서는 주인공이 마지막 순간에 죽는다고 합니다. 죽임을 당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내용은 수정되었습니다. 다른 방향으로요. 주인공인 '나'라는 인물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지시를 받고 보호를 받기만 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갓 벗어버리고, 이제 막 스스로 홀로 섰습니다.
 홀로 서자마자 소설의 내용이 끝이 납니다. 아니, 끝이 날수가 없습니다. 소년은 아직 감화원의 소속이었으며, 발소리를 들었다고 나올 만큼 마을을 벗어나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은 산 사냥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으니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