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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
김희재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어릴 때 기억중에서 아직도 생생하게 잊혀지지 않는 두 장면이 있다. 개인택시를 하셨던 아빠는 우리가 방학일 때 택시가 쉬는 날이나 당장 필요한 돈이 없을 때면 우리를 택시에 태우고 바다나 계곡을 찾아 다니며 함께 놀아주시던 좋은 아빠였다. 그랬던 아빠의 모습과 상반되는 두 장면은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도 아주 생생하다.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좋은 아빠였다. 그 때 두 순간에 나는 어떤 성에 살았던걸까.
김희재님의 '우리는 한때 같은 성에 살았고'는 4명의 여자가 주인공이다. 각자 다른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지만 같은 성에 살았다. 보통 성이라고 하면 왕이나 왕족들이 사는 화려한 곳을 떠올리는데 이 성은 다르다. 평범한 삶에서 떨어져 외로이 있는 감옥과 같은 성이다. 아빠의 폭력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남매는 아픈 기억을 잊고 살아가려고 분투한다. 남동생과 결혼한 여인은 아빠의 폭력성을 닮은 남편으로 인해 매일이 지옥과도 같은 삶을 살아가다 사고를 당한다. 여동생이 입원한 요양병원의 요양보호사의 삶이 여동생과 오버랩되면서 그녀들의 아픔을 읽는 내개 가슴이 아팠다. 정신이 온전할 때 얘기한 조카와의 기억은 그녀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힘이 되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삶에서 도망치고 벗어나는 대신 버텼다. 이유는 다르지만 그 성 안에서 그냥 버텼다.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만든 과거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그 성 안에서 그저 살았다. 끊어낼 의지도 없고, 끊어내지지도 않은 과거로부터 도망가지도 못한채 살았지만 또 어느 순간에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 생활을 했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렇게 이야기가 끝난다고? 이렇게 끝이 나면 안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한참 남았다. 너무나 담담하게 끝입니다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