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목 ㅣ 박완서 아카이브 에디션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5월
평점 :
박완서 작가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은 장편 소설인 '나목'을 아카이브 에디션으로 만났다.
'나목'의 사전적 의미는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를 의미한다. 제목부터 쓸쓸함을 준다. 1951년 20살인 주인공 경아는 전쟁의 위험이 주변에 늘 도사리고 있지만, 일상은 살아야 하는 상황. 살고 있던 고가에 포탄이 떨어져 사랑하는 오빠 둘을 하룻밤에 잃은 아픔과 자신이 무척이나 사랑했던 아빠와 이별한 그곳은 삶의 터전이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고, 나목과 같은 곳이다. 언제 같은 일이 덮칠지 모르지만 고가를 떠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머물러 있는 엄마와 마주할 때마다 답답한 현실이 더 막막하게 느껴진다. PX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변함없는 일상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다. 어느날 가슴이 콩닥콩닥 뛰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지 못함을 알지만 그냥 마음 가는대로 내버려둔다. 그 순간 만큼은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회색빛이었던 삶에 색이 입혀지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원하지 않는 만남과 이별이 계속된다. 그것이 당연한 삶이라는 듯 어떤 감정의 요동도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그 시대상이 주는 아픔이 느껴진다. 잠시 후의 생사도 알 수 없지만 한쪽에서는 파티를 하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 저자의 삶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런지 감정이입이 더 많이, 깊게 되는 것 같다. 이야기로만 들어 머리에만 있는 세상이 내 앞에 있는 듯 다가오는 책이다. 경아의 삶을 살았다면 난 어떻게 세상을 마주했을까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시대를 이겨내고 가정을 이루고 자녀, 손주들까지. 엄마가 생각나서인지 더 마음이 아팠던 책이다. 저자가 왜 '나목'을 더 각별히 사랑했는지 알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