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맛 책고래마을 46
신정연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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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고 푸르른 바다가 연상되는 표지는 어릴적 기억을 소환한다. 부산이 고향인 나는 어릴 때 여름 방학이면 하루가 멀다하고 바다에 가서 놀았다. 개인택시를 하셨던 아빠는 딸5명을 데리고 참 많이도 놀러다니셨다. 큰 솥과 삼양라면 5개면 어디든 갈 수 있었다. 홍합을 채취해서 바로 삶아서 먹고, 배고프면 라면을 끊여서 하루 종일 놀았다. 그때 맛본 바다 맛과 파도의 맛은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은 이후부터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자 여름이면 꼭 바다를 찾고 있다.

신정연님의 '파도의 맛'은 병풍책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파도와 그 안에서 뛰어다니고, 파도를 넘고, 수영을 하는 모습이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파도의 맛을 제대로 아는 작가구나, 바다를 많이 사랑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다. 파도를 넘는 단순한 동작이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지 한참을 놀았던 기억이 난다. 성난 파도도 있고, 잔잔한 파도도 있고, 수없이 많은 파도를 만나지만 같은 파도는 없었다. 같은 맛을 내는 파도는 없었다.

앞편과 뒷면 2페이지로 이루어진 책이라고 해도 좋을 듯한 책이다. 한 장씩 넘겨가며 읽을 때는 몰랐는데 병풍처럼 펼치고 보니 그림을 담을 수 있는 크기가 작아 아쉬울 정도다. 그 넒고 광활한 바다을 더 큰 면으로 담아내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색을 쓰지 않아서 꽉찬 느낌을 주는 책. 하루 종일 놀고 해물탕으로 마무리 하는 하루는 얼마나 행복할까.

기분이 우울하고 속상할 일이 있을 때면 부산 바다가 생각난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기분 전환을 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바다가 주는 힘이겠지. 어린 아이처럼 파도를 넘으며 꺄르르 웃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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