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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 고길동을 부탁해 ㅣ 둘리 에세이 (열림원)
아기공룡 둘리.김수정 원작, 김미조 엮음 / 열림원 / 2023년 5월
평점 :
공룡하면 무서운 이미지가 많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귀여운 둘리는 결이 다르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 둘리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였다. 반면에 고길동 아저씨는 안멋진 어른처럼 느껴졌다. 엄마와 떨어져 초록별 지구에 온 둘리를 감싸주지 않는 길동이 아저씨가 미웠었다.
40년이 지난 지금 둘리와 길동이 아저씨는 완전 다르게 다가온다. 미워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길동이 아저씨는 아빠를 보는 것 같다. 남편을 보는 것 같다. 강한 척, 센 척 하지만 누구보다 마음 여린 모습이 보인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어 보니 그때 보지 못한 게 보인다.
'둘리, 고길동을 부탁해'는 둘리에 나왔던 장면들과 함께 위로의 말을 전해준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어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도전이 없었다면 실수라는 쿠폰을 받지도 못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미 지나온 길을 돌아보지 말고 앞을 보고 걸어가라고, 삶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면 자신만 생각하고 실천해 보라고, 지금 읽고 있는 페이지에 머물어 있지 말고 다른 페이지도 읽어 보라고, 실체가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위로해 준다.
모든 어른이 읽으면 좋겠지만 가정의 가장이 읽으면 큰 힘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어릴 때 봤던 TV만화로 만났던 익숙한 인물들이 전하는 메세지에 큰 울림이 있다. 짧은 문장이지만 다음 페이지로 쉽게 넘길 수 없게 만든다. 옛날 둘리를 생각하며 추억의 시간을 가지게 될거라 예상했는데 묵직함이 있는 책이다.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나를 마주하기도 한다. 몇 년 전 힘들었던 남편이 진로를 바꾸고 싶었지만 가족들 때문에 안정적이지만 힘든 지금의 일을 계속 하기로 결정했었다. 이 책을 읽으니 남편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을 했는지,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진다. 남편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