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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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맡겨진 소녀'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최종후보에 오른 '말없는 소녀'의 원작 소설이다.

'맡겨진 소녀'는 1981년 아일랜드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농사일을 한다고 하지만 4명의 자녀와 임신한 아내를 부양하기엔 역부족인 댄. 여름 방학을 맞아 셋째 딸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만 자녀가 없는 먼 친적집에 맡긴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게 퍽퍽했던 가정에서 자랐던 아이는 처음으로 배려와 보살핌을 받는 시간을 갖게 된다. 첫 날 매트리스에 실수를 한 아이를 혼내기는 커녕 습한 방에 자게 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부부의 모습은 아이에게 생소하기만 하다. 처음에는 킨셀라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말하는 뜻을 제대로 알아듣는 것도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농담도 통하는 관계가 된다. 어색했던 식사 자리가 가족같은 편안함으로 식사 하는 자리로 바뀐다.

필요한 옷과 물건을 사기 위해 외출한 날 킨셀라 집에 있었던 가슴 아픈 일을 알게 되는데 이 일은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심적으로 더 가까워지게 된다.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이 다가오면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이별을 준비한다. 집으로 돌아간 날 예전과 같은 아니 예전보더 더 팍팍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킨셀라 부부에게 큰 선물을 주는 맡겨진 소녀.

마지막 장면은 먹먹함을 잔뜩 남겨준다.

어렸을 때 다섯 자매 중 셋째였던 나는 둘째 언니와 방학 때마다 시골 큰아버지댁에 맡겨진 적이 있다. 부모님께서 모드 일을 하러 나가셨기 때문에 큰언니 혼자 4명의 동생을 보는 건 어려웠다. 동생 둘은 너무 어려서 손이 많이 가는 나이가 큰댁에 맡기는 건 어려웠다. 방학 때마다 농사일도 거들고, 큰집에 있는 언니에게 한글도 배웠던 기억이 있다. 큰어머니는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우리를 위해 떡집에서 가래떡을 직접 뽑아서 해주셨었는데 아직도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맡겨졌다고 하면 선입견을 가지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나와 언니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맡겨진 소녀에게도 여름방학동안 보냈던 시간이 성장하는데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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