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아이와 자주 하던 게임 중에 스무 고개라는게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단어를 스무개의 질문으로 범위를 좁혀가면서 알아 맞추는 게임이다. 여러명이 하다보면 각자가 유추하는 단어가 달라서 질문의 방향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또 어떤 경우는 같은 단어를 추리하는 듯한데 접근 방법이나 생각하는 내용이 다를 때도 많다. 어쩜 사람마다 같은 대상을 생각하는게 다를까 신기했던 적이 있다. 왜 이 소설을 읽는데 스무 고개 게임이 생각났을까?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는 앤드류 베벨와 아내 밀드레드를 4가지의 이야기에 등장시킨다. 첫번째가 소설이다. '채권'이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챕터는 해럴드 배너라는 작가가 이 부부를 다른 이름으로 등장시켜 각각의 인물에 대해서 묘사하고,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가문의 부를 어떤 방식으로 확장시켜 가는지를 허구를 더한 소설의 형식으로 소개한다. 소설에서는 부를 위해서 비열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로 등장시킨다. 두번째는 앤드류 베벨의 자서전이다. 소설에 등장한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아님을 시사한다. 부를 확장시킬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능력임을 말하며, 자신과 아내의 진짜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를 그리려고 노력한다. 메모처럼 짧게 쓰여진 부분이 많고, 어떤 내용을 나타내고자 하는건지 알 수 없는 부분도 많아서 소설인지 의아했던 부분이다. 세번째는 회고록이다. 자신의 비서를 통해 회고록을 쓰게 하지만 100% 사실만 기록되는 건 아니다. 비서의 개인적인 경험과 상상이 가미되어 쓰여지지만 앤드류 베벨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미완성의 회고록이 된다. 이때까지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앤드류 베벨인지 의문이 들었다.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걸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을 알고 이 책을 읽었다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경제 용어도 많이 등장하고, 왜 그런 현상과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하는데 어려워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깊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 일기는 밀드레드의 일기다. 반전! 이런 반전이 있다니! 마지막을 읽으면서 이 책의 힘이 어디에 있는지, 작가의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트러스트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단편적인 면을 보며 판단하였던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드러나지 않았다고 해서 죄가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섣불리 결론 짓는 것 또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처음에는 경제적인 상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사람의 심리와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에 초점을 맞춰 읽으니 에르나 디아스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은 책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