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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파친코'를 읽어보고 싶었지만 기회를 놓치고, '파친코'를 잇는 한국적 서사의 새로운 주역이라는 소개글이 있는 김주혜작가님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만났다. 2022년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작이기도 하다. 김주혜작가님은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다. 아홉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어릴때 부터 듣고 자랐던 영향이 컸던것 같다. 6년에 걸쳐 집필한 한국의 역사가 담긴 책이 두께만으로도 웅장함이 느껴진다.
1918년부터 1964년까지 한국 역사를 기반으로 등장인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첫 시작부터 몰입감이 대단하다.
한겨울 먹을게 없어 굶고 있는 가족을 위해 산속으로 들어간 남경수. 호랑이를 마주치지만 장성한 호랑이가 아닌걸 알고 그냥 보내준다. 추위와 굶주림에 모든 걸 포기하고 눈위에 누워있던 그에게 산속에서 길을 잃은 일본 군인들이 나타난다. 길을 알려 주고 목숨까지 건진 남경수에게 야마다 겐조 일본 대위가 자신의 증표를 주며 후에 도움이 필요할 때 쓰라고 말한다. 그 증표가 나중에 아들을 살릴거라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한채 받는 내용으로 대서사는 시작된다.
옥희는 집안일을 도와주는 곳으로 보내지지만 기생훈련을 받기 시작하고, 함께 생활하던 월향과 연화는 월향에게 닥친 안타까운 사건으로 경성으로 보내진다. 옥희도 함께 동행하며 그들의 인생에 험난한 세월이 시작된다. 각자는 일본인들의 압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간다. 한쪽에서는 일본인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뇌물을 주고, 한쪽에서는 은반지도 아끼지 않고 독립자금으로 내놓는다. 이들의 기구한 인생사는 자신의 삶으로만 끝나지 않고 역사와 함께 맞물려 돌아간다. 서로가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치열한 삶을 살아낸다. 누군가에게는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생명이,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인생이 열린다.
이 시대의 소설이나 영화를 많이 접해봐서 그런지 스토리의 전개가 익숙하다. 하지만 기존에 알고 있던 영화나 소설과는 다르게 다가왔던 건 아마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귀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슷한 것 같지만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모양과 무게가 또다른 묵직함으로 다가왔다. 옥희라는 한 가정에 딸로 태어나 원치 않았지만 기생훈련을 받고, 경성이라는 새로운 곳에서 배우라는 인생을 살고, 한 남자를 사랑했지만 신분의 차이로 안타까운 이별을 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오롯이 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두명씩 떠나보내며 세상에 올때 혼자였던 모습 그대로 제주도로 떠나 사는 모습이 쓸쓸하고 쓸쓸하다. 역사의 아픔 만큼 그녀의 삶도 아프고 아프다. 한국역사소설은 언제 읽어도 마음이 아픈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