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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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를 좋아하지 않아 1년에 한권 읽을까 말까 한다. 2017년에 '돌이킬수 없는 고백'이라는 책 소개를 보고 이건 꼭 읽어봐야할것 같아 선택했었다. 이야기의 전개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한번 잡은 책을 손에서 뗄수 없어 한번도 덮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의 저자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어떨지 궁금하다.

마가키 쇼타는 아르바이트가 끝난 후 함께 일하는 친구 2명에 술집에 갔다. 여자친구와 싸워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다. 막차가 끊어진 시간 집에 도착한 마가키에게 아야카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금 자신을 만나러 오지 않으면 영원히 이별하겠다고. 이때는 이 짧은 문자 한통이 어떤 일을 불러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막차가 끊어진 상태라 운전을 해서 아야카를 만나러 간다. 초보운전에, 비오는 날 운전은 처음인데다 음주운전을 하고만 마가키. 속도를 조금씩 올리고 있는데 차에 무언가가 부짖히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비명 소리가 드렸다. 신호는 빨간색. 사고를 내고 그냥 달아나 버린 마가키는 유료주자창에 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날 뉴스에서 자신이 낸 사고로 81세의 노인이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고, 경찰이 집으로 찾아온다. 경찰의 형식적인 심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못하자 경찰로 인도되고, 범행을 자백한다. 재판에서 초록불 신호였고, 자신이 사고를 낸 대상이 사람이 아닌 동물인줄 알았다고 거짓말을 한다. 검사측에서 거짓인걸 입증하지 못했지만 마가키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징역을 살고 사회에 다시 나온 마가키에겐 범죄사실이 낙인되어 직장을 구하는 것도, 사람과의 만남도 쉽지 않다. 가장 힘든건 다른 사람을 속인 양심의 가책이다.

자신에게도 큰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있는 아야키는 마가키가 다시 사회생활를 잘 할 수 있도록 친구가 되어준다. 큰 비밀을 숨긴채. 어느날 마가키 근처에 한 남자가 나타난다. 증오와 복수의 눈빛이 아닌 연민의 눈빛을 담고 있는 이 사람의 존재와 목적은 무엇일까? 왜 마가키를 찾고, 그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걸까?

마가키는 진실을 고백하고 진정한 용서를 받을수 있을까? 죄에 대한 징역생활로 자신의 잘못은 해결되었다고 생각할까?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어떻게 결론내릴지 참 궁금했다. 작가의 생각이 어떨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남은 페이지는 얼마되지 않는데 전혀 결론이 나지 않아 답답한 심경이라고 할까? 몇페이지 안에 작가의 생각을 쏟아붓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결말이었다. 나라면 이 책을 어떻게 끝맺음 했을까? 이 책을 읽는 독자들마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각자의 결론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마가키도 자신 혼자였다면 그렇게까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거다. 자신으로 인해 아버지의 사회적 평판이 깎이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고, 결혼을 앞둔 누나의 앞길이 막힐까 걱정했을 것이고,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범죄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평생을 살아야 할 일이 깜깜했을 것이고, 결혼을 해서 자녀를 출산하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할 거라는 어두운 미래가 그려졌을 것이다. 잠깐 이 자리를 모면하면, 앞으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면 괜찮을거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뿐이다. 가독성은 좋은 책이었으나 생각의 정리를 하기엔 어려웠던 책이었다. 소설책으로만 가볍게 덮을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생각이 많아지는 책을 만났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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