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트라우마'라는 말을 쉽게 들을수 있다. 사람에게 안좋은 기억을 줬던 물건이나 사건, 장소, 사람을 보면 그 기억이 떠올라 힘든데 그때 '트라우마'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남편은 젊었을때 두부를 먹고 죽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두부만 보면 속이 미식거리는 증상이 있다. 난 어릴때 지나가던 쥐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나에게 달려와 허겁지겁 도망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이후로 회색털을 보면 소름이 돋는 경험을 했었다. 둘째는 하교길에 큰 개가 자기를 쫓아와 물려고 해서 도망가다가 엉덩이 쪽 바지가 살찍 물린 경험이 있은 이후로 길에서 개를 보면 온 몸을 떨며 힘들어 했던 적도 있다.
사람에게는 지우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아 지금도 안고 가고, 앞으로도 죽을때까지 안고 가야하는 아픔이 있는 이들이 있다.
강현식저자는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에서 성폭력, 학대, 첫사랑, 펫로스증후군, 교통사고, 오염강박, 가스라이팅으로 상처받은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현상과 해결방법을 심리학적 관점으로 풀어낸다. 심리학 이론과 상담기법을 통해서 이들이 그 상처를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기술한다. 심리학 공부할때 배웠던 기법중에 하나인 EMDR을 제시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처리되어야 할 기억이 그렇게 되지 못해 힘든 순간을 주는 사건을 안구운동을 통해서 의도적으로 다시 처리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처음에 배울때 과연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세계적으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고 한다. 상담실에 가지 않아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괜찮은것 같다.
생각보다 주변에서 이런 일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다. 그저 괜찮아질거야, 잊어버리라고 말했던 순간이 떠올라 부끄럽다. 그들의 마음을 온전히 공감해주지 못했던 것 같다. 힘들고 상처받은 기억을 지우는 방법이 아닌 그 기억에 압도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그 기억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을 통해 지금도 아픈 상처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얼마나 존귀하고 사랑받기에 충분한 사람인지 스스로 알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는 그 누구도 함부로 타인에게 상처줄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 상처로 인해 자신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지금의 자신을 보듬어주자. 지금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