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책표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내용을 예상하는걸 좋아한다. 수재나 클라크의 '피라네시'는 우주의 공간에 홀로그램처럼 반짝반짝한 건물이라고 해야할까 구조물이라고 해야할까 알수 없는 형체가 있다. 계단이 있고, 문이 없는 문들도 많고, 한 사람이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듯한 표지다. 환상의 세계, 현실과 다른 어떤 공간에 대한 이야기일까?
이 책은 꼭 100페이지 이상은 읽어봐야한다. 그 이상 읽으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놓지 못한다. 100페이지 가량이 될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하려고 하는지 짐작이 안되서 속도를 더 내서 뒷이야기를 읽었다. 표지만으로는 어떤 한 공간의 이름이 피라네시일거라 예상했는데 땡! 틀렸다. 피라네시는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다. 표지의 공간의 몇십배에 해당하는 어떤 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곳에는 피라네시 외에 일주일에 두번, 한시간씩 만날수 있는 '나머지 사람'이 존재한다. 위대한 지식을 찾는 작업을 하지만 정확하게 무엇을 위한 작업인지는 알 수 없다. 둘만의 공간에 '16'이라는 인물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새로운 사건과 인물들이 계속 등장한다. 자기편, 좋은 사람, 나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나머지 사람'이 적, 원수, 나를 위험하게 한 사람이라는걸 알게 된 피라네시. 어떻게 미궁이라는 곳에 오게 되었는지, 자신은 누구인지 하나씩 알아가는 이야기의 흐름속에서 책에서 표현하는 이미지들의 조각들이 맞춰지며 선명하게 그려지는듯 하다. 뒷 이야기를 알고 앞부분은 다시 읽으니 표현이 세밀하고, 묘하다.
가끔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들 중에 사후세계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영적인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수재나 클라크가 말하고 싶었던 세계는 어떤 세상이었을까? 지금 현재 모습에 만족하고, 세상의 복잡한 질서를 떠나 고요하고 외로움을 즐기는 곳이었을까?
코로나19로 더 혼란스러워진 세상을 보면서 다시 리셋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태초에 지어졌던 모습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지금의 모습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결론은 부정적이다. 현실을 도피하는것보다 지금의 현재를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시키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해보는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다. 다시 읽어봐도 참 묘한 책이다. 다음 작품 내용이 정말 궁금한 작가로 기억될것 같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