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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고나가야 마사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박경수 외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1년 4월
평점 :
뇌에 일어난 질병으로 세계사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던 이들의 결정이 달라졌다는 기본전제 하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때는 CT나 fMRI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할수는 없었지만 손과 발의 움직임, 지각과 인지능력을 유추해서 질병을 진단하고 확신했다. 21인의 뇌에 일어난 질병이 어떤 질병이고, 그 질병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기에 세계사의 흐름까지 바꿨을까? 흥미로운 주제다.
남자처럼 바지를 입고, 머리칼을 짧게 짤랐다는 죄로 화형대에 올랐다고 알고 있었던 잔다르크가 사실은 측두엽뇌전증때문이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도스토옙스키도 측두엽뇌전증을 앓지 않았다면 러시아문학사와 세계문학사의 흐름은 지금과 달랐을까? 막시미누스 트락스 황제가 뇌하수체 거인증과 말단비대증이라는 뇌 질환을 앓지 않았다면 로마제국을 망치는 일은 없었을까? 절세미녀 클레오파트라가 자살도구로 코브라 독을 선택한 이유는? 그랜트 장군에게 편두통이 없었다면 전쟁 이후 더 참혹한 현상이 나타났을걸 생각하니 질병이 있었음에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치매는 지금도 삶의 많은 것들을 불편하게 한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서명만 하는 자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히틀러가 정권을 잡게 만들었다. 소련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도 브레즈네프의 혈관치매 때문이었고, 소생크탈출 영화에서 탈옥을 준비하는 장소를 가린 포스터의 주인공인 리타 헤이워스도 알츠하이머 질병을 앓았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꿀뻔한 더들리 파운드의 뇌종양, 미국에서 유일하게 4선 대통령이지만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억하게 만든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고혈압, 히틀러를 몰락하게 만든 파킨슨 병도 있다. 그 외에도 몇명의 인물과 사건, 뇌에 일어난 질병을 기술하고 있다.
시어머님이 치매를 앓고 계셔서 뇌질환에 대한 공부를 조금 했었기때문에 소개된 질병들이 낯설거나 어렵지 않았다. 그들의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보고 예측한 질병이긴 하지만 현대의 진단기준에 맞춰 판단한 것으로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한 가정에서 한명이 뇌질환으로 인한 인지기능이나 지각능력이 저하되도 가족들의 삶의 많이은 부분이 흔들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온전한 지도자가 결정한 사항도 잘못 되는 경우가 있는데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자신뿐 아니라 나라와 국민의 안전까지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지도자로 세우느냐가 왜 중요한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 또한 중요함을 한번 더 알게 되었다. 읽는 내내 나에게 흡입력이 대단한 책이었다. 그들이 뇌질환을 앓지 않았다면 지금의 세계가 달랐을까?라는 의문에는 답을 못하겠다. 그들이 아니더라도 세계사의 판도를 바꾼 사건들은 수없이 많으니.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