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한국 최고의 지성'이다. 88서울 올림픽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인 굴렁쇠를 굴리는 소년이다. 개막식 총책임자로 공연을 전체적으로 기획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어느 누구보다 자유주의자였고, 이성주의자였다. 그런 그가 딸 이민아의 실명을 고쳐주시면 예수님을 믿겠다는 기도를 하게 되고, 딸은 기적적으로 시력이 회복되면서 크리스천이 되었다. 이재철 목사님과 함께 한 '지성에서 영성으로' 영상을 통해 두 분의 대화가 기독교계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서재로 굿나잇 인사를 하러 온 딸 민아에게 얼굴도 들지 않고 했던 굿나잇 인사를 생각하며 하나님께서 30초만 허락해주신다면 그때로 돌아가서 굿나인 인사를 하러온 딸에게 자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두 팔을 활짝 벌려 가슴에 안고 굿나잇 키스를 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지금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을 자고 있어 할 수 없는 굿나잇 키스를 글 쓰는 아빠로서 글로 매일 저녁 굿나잇 키스를 하듯이 딸의 영혼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게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가 되었다. 딸에게 직접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내용들은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깊고, 넓고, 높은지 알게 한다. 아기집에 처음 자신의 존재를 엄마의 입덧으로 나타내 보이는 순간부터 딸과의 둘만의 바다여행, 딸의 결혼식, 첫 손주를 안겨주었던 순간, 그 손주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아픔, 딸의 암 재발 등 딸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내려간다. 지상의 아버지가 천상의 아버지에게로 딸을 인도할때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자식은 가슴에 뭍는다고 하는데 그 아픔을 상상할 수 조차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것이 끝이 아닌걸 알기에 지금을 살아간다. 언젠가 딸이 먼저 가 있는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알기에 이 땅에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
2015년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을때 이 책을 읽었었다. 그때는 글자로 책속의 아버지의 마음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떠나 보낸지 5년이 지난 2021년에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을 다시 펼쳤다. 그때와는 너무나 다른 느낌과 감정이 책을 읽는 내내 힘들게 했다. 눈물이 차올라 읽기가 힘들었다. 부모님을 먼저 보낸 자식의 마음이 이러할진데 이 세상에서 아버지라는 이름을 처음 선물한 딸을 먼저 보낸 아버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생각만해도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딸을 잃은 고통을 통해 비로서 딸에 대한 사랑을 얻었다고 고백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겠다. 아버지를 보내고 아버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게 된 것처럼. 부모님의 깊은 사랑에 또한번 목놓아 감사하게 한 귀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