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에 사과나 우유곽을 앞에 놓고 정물화를 그린 기억이 난다. 연필의 터치감과 광원의 방향에 따라 생명이 없는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은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표현을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웠다. 검은색 한 가지 연필로 어떻게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가 미술 숙제로 우유곽을 놓고 그림을 그리는데 그때 생각이 나서 함께 그려보았다. 두 사람의 그림이 뭔가가 이상하게 표현되었는데 정확하게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답답한 마음에 그리기 백과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아베 마나미 저자의 '기초 정물 드로잉'은 정물을 데생하는 방법을 배울수 있는 책이다. 데생(dessin)이란 불어로 목탄이나 콩테, 연필 등으로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5명이 각각 다른 방법으로 데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1장 데생 시작 전에 준비하기에서는 도구나 연필 깍는 법, 지우개 사용법, 종이 고르는 법 등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2장은 데생의 기본으로 도구 잘 다루기, 형태 의식하기, 모티브 이해하기, 화면 연출하기 이다. 3장 실전-단일 모티브, 4장 실전-복수 모티브로 구성되어 있다.
실생활에서 만나기 쉬운 것들을 선택해서 도구준비와 그리는 사람의 자세, 광원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그리는 순서를 설명해준다. 과정컷이 자세하게 되어 있어서 정물 드로잉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메론과 같은 경우 연필의 터치감으로 질감을 어쩜 저렇게 잘 표현했을지 궁금했는데 떡지우개를 이용해서 지워나가며 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았다. 나에게 있어 기초 정물 드로잉은 떡지우개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다. 겨우 그린 첫작품이 좌우, 상하 대칭도 부자연스럽고 명암도 뭔가 아쉽지만 연습을 계속 하면 누구든 잘 그릴수 있다는 격려의 말에 아이랑 포기하지 않고 책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그려본다. 인물과, 동물들도 있던데 정물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신 분께 추천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