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E, Crystal 지음 / 시코(C Co.)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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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 예쁜 간이역과 보라색의 조화, '서서히 기억을 잃어하는 남자와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글귀와 어우러지며 쓸쓸함을 주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간이역'이라는 영화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27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승현과 27살에 위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은 지아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각자의 시선으로 그들의 삶과 상대에 대한 마음을 일기같기도 하고, 시같기도 한 내용과 형식으로 채워져있다. 각자의 노트가 나오기 전과 후에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어서 그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승현은 알츠하이머때문에 첫사랑 지아에 대한 모든 기억을 잊을까봐 두렵다. 결코 잊고 싶지 않은 모든 것을 잊을까봐. 지아가 떠나면 지아만 잃는게 아닌 앞으로 함께 걸어갈 모든 길을 잃는것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사라진대도 지아를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스스로에게 위로한다.

지아는 승현의 모든 것이 좋았음에도 함께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않고 승현만 의지할 것을 알아서, 무언가 해보고 싶어서 승현이를 떠났다. 낯선 곳에서 그리움,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고향이라는 장소가 아닌 승현이라는 것을 알고 7년 후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승현이 앞에 나타난다. 승현이는 지아가 자신을 떠나지 않기를 바라고, 지아는 승현이 자신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은 서로의 원하는걸 알지만 들어줄 수가 없다.

고향과도 같은 승현이에게 돌아갔지만 27살의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걸 알았을때 지아의 마음이 어땠을까? 삶의 전부였던 지아가 7년만에 돌아왔지만 위암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힘든데, 말기라는걸 알았을 때의 승현의 마음은 어땠을까? 화려하지 않지만 꼭 필요한 간이역처럼 그들의 관계도 그렇다고 말하지만 그들에게 짧은 사랑은 그 어떤 역보다 화려했을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들은 결코 거창한걸 바라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삶을 바랬다. 그들의 마음을 알았을때, 그 소박함을 가질수 없다는걸 알았을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코로나19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여행을 할 수 없어서 싫다고, 5인 이상 외식을 할 수도 없고, 답답하게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하는것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불평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들 앞에는 삶의 불편함이 아니라 어찌할 수 없는 죽음이 있었다. 평범함,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선물한 귀한 책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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