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림과 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책을 보는 스타일이라 만화를 보는 속도도 느리고, 글이 많은 책보다 피로감이 더 느껴졌다. 언니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라는 만화를 추천해줘서 봤는데 이 세상 사람의 비주얼이 아닌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 흥미롭고 재밌었다. 그 이후로 만화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조금씩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의 학창시절에는 만화방이 많았는데 요즘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다음 권이 들어오길 기다리던 그 시간이 그립다.
'우리가 사랑했던 순정만화 컬러링북 시리즈'가 출판되었다. 만화를 좀 봤다는 사람들은 알만한 '궁, 비타민, 레드문,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다. 세 딸들과 함께 어떤 책을 선택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내가 먼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선택했고, 순서대로 원하는 컬러링북을 정했다. 마음껏 색칠하고 일주일 뒤에 교환하기로 규칙을 정했다.
만화를 보면서 그림에 감탄했었는데 그려진 그림에 원하는 색깔을 칠하는데도 그 주인공들을 만나는 느낌이 든다. 어쩜 이런 캐릭터를 생각해내고, 그렸을까? 어쩜 캐릭터에 조금의 오차도 없는 이미지를 탄생시켰을까? 놀라워하며 조금씩 색을 입혀가니 만화를 다시 정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코로나19가 다시 심각한 확산세에 있다. 매일 등교하던 아이들도 일주일에 1일~2일 등교를 한다. 집에 있는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걸 찾는다면 컬러링북을 추천한다. 각자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자리를 잡으면, 손과 눈은 컬러링북을 향하고 입과 귀는 서로에게 집중된다. 못했던 이야기도 주고 받고, 친구들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들을 이야기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색연필은 되도록이면 갯수가 많을수록 좋다. 컬러링북에 그라데이션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듯한 느낌이 들게할 수 있다. 심사숙고해서 선택한 첫 작품! 다시 봐도 콧대와 눈매가 예술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