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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평점 :
김새별저자는 2007년 특수청소 업체인 바이오해저드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천여 건이 넘는 현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유품정리사라는 직업을 처음 접했다. 처음에 가족들이 있는데 왜 유품정리사가 필요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책을 통해서 알게되었는데 자신이 떠나간 자리를 정리해줄 가족이 없거나 너무 늦게 발견되어 악취가 진동하는 경우 전문적인 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고, 살인현장 같은 경우는 전문업체의 손길이 필요했다. 유품이 아니더라도 살고 있는 집임에도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도움을 청한 경우도 많았다.
그 현장의 모습들과 사연을 읽을때면 누군가의 죽음이 슬픔으로 마음아파 하는 경우만 있는게 아님을 알았다. 어떤 이의 죽음은 누군가가 기다렸던 죽음이었음을 알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고독사로 죽음을 맞이한 경우 자녀가 있음에도 외롭게 홀로 돌아가시는 어르신들의 사연을 읽을때면 너무 가슴이 쓰리고 아팠다. 자녀들이 의엿한 성인으로 자라기까지 모든 진액을 쏟아부으며 헌신하였건만 마지막까지 짐이 되고 싶지 않으셨던 부모님들, 자신도 모르게 자녀에게 전화를 할까봐 전화번호도 저장해 놓지 않으셨던 분, 자신은 끼니를 굶어도 자녀들에게 주려고 현금을 차곡차곡 모아 여기저기 넣어두셨던 분, 자녀들의 사진을 보고 또 봐서 닳아 있는 사진들을 집안 곳곳에 붙여 놓고 실물대신 사진으로 위안삼으셨던 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픔들이 있었다.
그런분들의 죽음앞에서 자녀들도 코를 막고, 손대지 않는 유품들을 정리해주시는 분들이 바로 이분들이다. 누군가는 해애 할 일, 결코 기분 나쁘거나 불쾌할 이유가 없는 일, 그러나 누구한테도 환영받지 못하고 몰래 숨어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식당에서 쫓겨나고, 자기 집 앞에 주차도 못하게 하고, 사업장을 오픈하면 1년도 안되서 새로운 곳으로 이전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보다 이들을 힘들게 한건 떠난자들의 슬픈 사연들이 더 먹먹하게 한다. 어제 이땅에서 살던 고인을 오늘 천국으로 이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이런 분들이 계셔서 쓸쓸히 떠난 고인들이 덜 외로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홀로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비대면 직장과 생활이 더 많아지고 있다.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자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사라진지 오래다.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그들의 힘든 싸움에 누군가의 관심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죽고 싶다는 말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거고,
이 말은 다시 거꾸로 뒤집으면 잘살고 싶다는 거고,
그러니까 우리는 죽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잘살고 싶다 말해야 돼.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아야 하는 건,
생명(生命) 이라는 말의 뜻이 살아 있으라는 명령이기 때문이야.(P.157)
가족들을 찾을수 없는 무연고자의 시신은 인체해부용이나 그냥 화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경우 이들을 어떻게 취급하느냐보다는 내 이웃이 고독하게 죽어야만 했던 이유를 알고, 살아 있을 때 관심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난 이 땅에서 호흡이 멈추는 순간 무엇을 가장 후회할까? 무엇이 가장 아쉬울까? 아니면 홀가분 할까? 책을 덮으며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고 엄마에게 전화를 드려야겠다.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