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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삼킨 아이
파리누쉬 사니이 지음, 양미래 옮김 / 북레시피 / 2020년 8월
평점 :
이 책은 주인공 샤허브의 20살 생일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샤허브는 벙어리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전에는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지냈다. 다들 샤허브를 벙어리라고 부를때 기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쁠 때만 사람들이 웃는게 아니라는 것을 놀림과 비난의 상처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샤허브는 선천적인 벙어리가 아닌, 후천적으로 말하지 않는걸 선택한 '선택적 함구증'의 증상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불안한 상황이나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서 가슴이 뛰고, 호흡이 가파지면서 더 심해졌다. 그런 샤허브를 아빠 나세르는 용납하기가 힘들었다. 자신의 아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샤허브를 멀리하고, 사랑의 표현도 하지 않고,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일만 하는 아빠였다. 그런 아빠를 샤허브는 아빠로 인정하지 않았고, 아라쉬 형만 좋아하고 인정하는 아라쉬 형네 아빠라고 불렀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샤허브에게 문제가 없다고 믿고 있는, 아니 믿고 싶은 엄마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샤허브를 감싼다. 하지만 그런 생활이 지속되면서 스스로 지쳐간다. 샤허브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품어주고 이해하기보다 의무로서 그 일을 감당하게 된다. 심리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인 질환이 의심되어 병원을 찾아간 날 샤허브를 엄마, 아빠가 모르게 병원을 빠져나오게 된다. 우연해 수다베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고, 경찰서보다 집이 더 편안하고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연락처와 주소를 남겨두고, 샤허브를 집으로 데리고 간다. 남편 카리미 아저씨와 수다베 아주머니는 샤허브가 편안함을 느낄수 있도록 평범한 일상을 선물한다. 왜 말을 안하는지 조급해 하지도 않고, 물어보지도 않는다. 샤허브의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사랑으로 품어준다.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과 연락이 되어 집으로 돌아간 샤허브는 예전과 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평범한 일상생활에 외할머니 비비할머니가 치료차 집에 머물면서 샤허브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다.
샤허브는 말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누명을 뒤집어 쓰기도 하고, 존재만으로 사랑받아야 하는 아빠 엄마에게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멸시와 무시의 대상이 되었다. 이런 샤허브에게 다른 이들로 인해 분노의 감정이 일어날때 말로 표현하지 못하여 행동으로 표현할 때 상상의 친구들이 큰 위안의 존재가 되었다. 바비는 천사의 역할을, 아시는 악마의 역할을 담당하며 상황마다 샤허브에게 조언을 해준다. 이들이 있었기에 샤허비의 외로운 시간들이 조금은 위로가 될 수 있었다. 그 모습 그대로 인정해주는 비비할머니, 수다베 아주머니, 카리미 아저씨 또한 그런 존재였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만 혼자 외롭고, 고독하고, 뒤떨어져 있는것 같고, 희망이나 소망은 찾아볼 수 없는 절망 가운데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순간마다 주위를 둘러보면 도움이 손길이 있었다.
말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안다. 상대방은 가볍게 이야기 하는 것이 나에겐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가슴에 상처가 될 때도 있다. 폭력을 쓰지 않아도 그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말이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는 것이 악성 댓글로 인해 자살하는 사건들이다. 그냥 재밌어서, 아무 생각없이 한 말과 글들이 누군가를 죽음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더 신중해야 한다. 특히 자녀들에게 나의 분노와 화를 쏟아내는 경우를 보는 경우가 많다. 존재만으로 사랑하자. 그 아이의 아픔을 이해하자. 나로 인해 아픔을 주지 말자라는 다짐을 꾹꾹 눌러서 다시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