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깃든다
조송희 지음 / 더시드컴퍼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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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답답한 까닭일까 여행관련 에세이, 특히 산티아고와 같이 걷는 여행 관련책을 읽으면 함께 그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아 위로가 된다.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어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조송희님은 49살에 이혼을 하더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첫 해외여행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 이후 '늦은 여행자'로 입문하여 안나푸르나, 북인도, 산티아고, 몽골, 중앙아시아, 아오모리를 여행하고 찍은 사진과 글이 모여 "길 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깃든다"로 탄생했다. 그 이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오지를 찾기 위해 틈만 나면 지금도 가방을 싼다.

조송희님은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난 바이칼에서 영혼의 피정지를 찾았다.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면서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픔과 슬픔을 짋어지고 살고 있으며 모두 자신의 산을 넘고 있음을 깨달았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삶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사는 것임을 알았다. 갠지스 강에서의 장례식을 보면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을 보며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에게 깃듦을 보았다.

여행을 하면서 순간 순간 밀려오는 낯선 감정들을 밀어내지 않고, 오롯이 받아들인다. 느끼는 감정이 외로움인지, 고독인지 조차도 가늠하지 못하는 순간에 오랫동안 길들여저 있던 일상과 익숙한 것들과 조금씩 결별하는 연습을 한다. 그 모습들에서 누군가의 내가 아닌 자연의 모습 그대로인 나를 발견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지금의 나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 누군가를 원망하지 않고, 모든 삶의 선택은 내가 했으며, 나에게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며, 달라질 모습을 기대하며 지금도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멋지다.

자신 앞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든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본다. 49살에 훌쩍 여행을 떠난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들은 커가는데 나는?이라는 물음이 계속 나를 힘들게 하는 요즘을 보낸다.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2박 3일이라도 혼자 여행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허락하지 않는다. 세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살아가는 삶은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나도 49살이 되면 떠나볼 수 있을까? "???"의 답이 내 마음에 새겨진다. 간접적이지만 가슴이 트이는 시간이었다.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가며 천천히, 느리게 읽었다. 삶이 답답하고, 나의 삶이 내것이 아닌것처럼 느껴지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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