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랄라 가족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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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가족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다른 가족들의 이야기를 소재한 책들에 더 관심이 간다.

김상하 작가의 '울랄라 가족'은 시원한 바탕색에 정감이 가는 이미지의 표지가 너무 사랑스럽다. 제목 사이 사이에 하트와 반창고, 눈, 멘붕의 이미지가 이 가족들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찌 궁금증을 자아낸다. 유쾌, 상쾌, 발랄의 내용들이 가득할 것만 같다. 하지만 첫이야기부터 나의 예상은 10000% 틀렸다.

박인국(아버지), 그의 부친께서 친히 지어준 이름이다. 알에서 깨어난 신라 박혁거세의 후손, 반남 박씨 판남공파로 왕족으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어질 인자에 나라 국자. 나라에 어진 사람이 되라는 뜻과는 달리 그가 사는걸 보면 무개념의 세계챔피언이다. 심부름센터 사장이지만 돈을 벌면 경마로 모두 탕진한다. 정직하고 바른 삶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한탕주의자다. 아내가 힘들게 마련한 집도 모두 잃게 만들고, 아이들이 불행한 삶을 살게 한다.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아닌 '그 작자'로 불린다.

이 집의 가훈은 검은 궁서체로 정도 정아 정각이라고 쓰여 있다. 정도는 바른 길로 가고, 정아는 바르고 아름답게 크고, 정각은 바르게 깨우치라는 뜻이다. 정도는 장남이다. 택배, 피시방 알바, 대형마트 배달원, 중국집 주방보조, 편의점 알바까지 아홉 번이나 직업을 바꾼 반남 박씨의 장남인 정도. 바른길을 찾지 못하고 아직도 헤매는 중이다. 개념 같은 거 별로 없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되는 대로 산다. 지금은 영업용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 정아는 둘째다. 베이커리에서 알바를 하면서 생활하고 있고, 자신의 이름을 건 베이커리를 하는 것이 꿈이다. 중2병을 앓으면서 조금은 염세적으로 세상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 정각은 막내아들이다. 삼남매의 이름이 바로 가훈이고, 가훈이 삼남매의 이름인 것이다. 이름대로만 살면 불행 끝 행복 시작이지만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하다. 엄마는 인국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해서 장기매매로 목숨이 위험한 상태에 있어서 여기 저기 급하게 돈을 빌리러 가는길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4년째 식물인간으로 병상에 누워있다. 남편 인국이 가장 노릇을 못해서 실제적인 가장 역할을 하느라 지하 사무실에서 재봉틀만 돌리다 허망하게 사고를 당하고 만것이다. 처음에 가족들은 병원에 자주 찾아가서 은숙을 만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년에 3~4년 정도 찾아갈 정도로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 희망을 놓고 지냈다. 막내 정각만 엄마의 생신을 기억하고, 깨어날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날 오래된 병원생활로 보험회사에서 보상금이 많아지고, 언제까지 보상해줘야 하는지 알수 없는 상태라 가족들에게 은숙씨를 존엄사하는 것을 제안한다. 그 대가로 3억원을 제시한다. 화가 나지 않는 자신들때문에 엄마 은숙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확고하게 존엄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가족들은 지긋지긋한 현실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로 생각하지만 막내 정국은 "가족은 끝까지 지켜줘야 하는 거잖아"라며 울며 반대한다. 은숙의 존엄사건으로 병원에서 얘기를 하고 돌아오던 길 갑자기 배가 아픈 정도가 비어있는 시골집에 화장실을 이용하고자 찾아간 곳에서 우연히 캐리어를 발견한다. 묵직한 캐리어에는 5만원권으로 현금 10억이 들어있었다. 끌고와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고 트렁크에 실고 가는 길에 택시 라디오에서 그 지역 강원랜드에서 조폭과 마약상들의 싸움으로 살인사건이 있었던 뉴스가 흘러나온다. 돈 캐리어를 통해 인간 본성의 민낯이 낱낱이 나타나게 되고,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마음을 졸이며 읽었다. 순간 순간 이 가족들에게 더 이상의 불행은 없었으면 좋겠는데 상황이 꼬이는것 같아서 불안 불안했다. 특히나 가장 인국의 갈대와도 같은 마음이 가장 힘들었다. 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자녀들에게 아버지로 존경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들이 마음이 아팠다. 어딘가에는 이런 아픔이 있는 가족이 있을것 같아서 마음이 더 아팠던 것 같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다 보면 희말이라는 것이 보이고, 한발 한발 내딛다보면 어느틈에 그 자리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삶을 바꾸어 가는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내가 살아보니까 사는 게 별거 아니야. 이게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이게 아니어도 살아가고, 무엇이 없이는 행복할 것 같지 않았는데

무엇이 없이도 불행하진 않더라구"

(p.171-택시운전자 박노인의 대사 중)

"아직은 솟구치는 샘물이지 흡수하는 스펀지가 안 된 거죠.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 얘기가 내 인생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p.236 덕환의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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