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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 도둑 내 친구
김선화 지음 / 북나비 / 2019년 9월
평점 :
초등학생 때 방학을 하면 큰아버지댁이나 외할머댁으로 많이 갔었다. 새벽에 일어나서 가마솥에 소 여물을 끊이기 위해서 아궁이에 짚을 넣고 후후 불어 불을 붙이고 여물을 저었던 기억이 난다. 콜록콜록 기침을 하고, 팔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지만 소가 잘먹는 모습을 보면 흐믓하고 좋았다. 닭장 안에 살금살금 들어가 달걀을 꺼내올때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기도 했지만 달걀이 귀했던 그때 밥상에서 만난 달걀 반찬은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다. 지금은 새롭게 지어진 큰댁에 갈때면 어릴때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아쉬움도 많이 든다. 그래서인지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책들을 읽을 때면 그곳에서 함께 뛰어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김선화님의 '호두도둑 내친구'도 대부분이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5편의 짧은 동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호두도둑 내 친구'는 홍수로 한쪽 다리를 절단한 아빠를 위해서 청솔모의 도움을 받아 아빠의 한쪽 다리를 대신할 무언가를 만들어 주는 내용으로 아빠를 향한 아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다. '물 먹는 사슴나무'는 자연이 우리도 모르게 주고 있는 고마움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고, '이 승민, 두 승민'은 이름이 같은 승민이가 이름으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친구의 우정과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방법들을 알 수 있었고, '태원이의 여름방학'은 방학 때의 시골풍경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고, '날아라, 방패연'은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손주가 할아버지와의 이별을 어떻게 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이야기마다 담겨져있어서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도 보게 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되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잘 모르는 시골 풍경들도 알 수 있는 책이다. 지금 방학을 맞이하고 있는 아이들이 읽기에 좋은 책인것 같다. 엄마, 아빠 세대가 누렸던 시골에서의 방학생활을 줄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라도 전해줄 수 있고 이야기 나눌수 있어서 좋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