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몇년 전 갑자기 아빠가 소천하시면서 처음으로 장례를 치뤘다. 치료를 위해 CT를 찍으시러 입원하시면서 병원비 아깝다며 검사안해도 약잘먹으면 괜찮아질거라고 하셨던 아빠셨는데, 영상통화를 할때 금식으로 배고프다며 투정부리셨던 아빠셨는데 다음날 갑자기 위독하시다며 가족들과 인사할 수 있도록 연락하라는 의사말. 그 말을 언니로부터 듣고 아닐거야라는 말을 되뇌이며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아빠의 소천 연락을 받았다. 마지막 감사의 인사도 못했다. 슬프고 슬픈 장례를 치뤘다. 그 이후로 진짜 진짜 살아계실때 잘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친구가 부모님때문에 힘들어하면 그래도 살아계신게 어디냐며 잘해드리라고 말한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은 빅 엔젤의 어머니 마마 아메리카가 100세로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을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그 날은 어머님의 장례식이 거행되는 날은 아니었다. 70세에 암선고를 받고 한달이라는 시간을 선물로 받은 빅 엔젤이 마지막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계획하던 중 일어난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죽음이었기에 생일에 맞춰서 장례식의 날짜를 미룬 것이다. 친지들과 가족들이 먼 거리를 두번이나 왔다 갔다 해야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계획이었다. 장례 이후 생일파티를 하는 중에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죽음을 앞둔 사람의 생일 파티라고 하기엔 슬퍼할 시간도 없이 흘러간다. 죽음을 앞두고 초대된 많인 사람들로부터 축복과 감사의 인사를 받는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과 화해하는 시간도 갖는다.

멕시코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잘 몰라서 처음에는 책에 몰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등장인물도 많아서 리틀 엔젤이 그려준 가계도가 없었다면 더 힘들었을것 같다. 가족과 친지들로 많이 등장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들도 많고 시간의 흐름도 자주 바뀌면서 500페이지의 책을 오롯이 이해하기엔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떤 나라에나 있는 가족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아웅다웅 하지만 결국 용서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사랑의 존재들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빅 엔젤이 어머니의 장례식이 저녁도 되기 전에 끝나고 집에 돌아와 말하는 장면에서는 곧 죽음이라는 것을 맞이하게 될 빅 엔젤의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아빠를 갑자기 보낸 나에겐 죽음을 준비할 수 있고, 가족들과 이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웠다. 그리고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더욱.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친구나 지인들에게서 부모님의 소천 연락을 받는 횟수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죽음을 어떻게 맞아야 할지, 남겨진 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기억될지 지금의 삶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더 사랑하고, 이전보다 더 사랑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