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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9년 11월
평점 :
어린 왕자의 책표지를 보면 왠지 손이 간다. 옮긴이에 따라서 느낌이 달랐다. 따뜻한 느낌이 들때도 있고, 슬픔이 가득할 때도 있고, 희망을 품을 때도 있었다. 번역자의 감성과 의역에 따라서 다른 느낌이 든다는건 알았지만 원문을 보고, 그 원문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알고자 하진 않았다. 그저 좋아서 읽었다.
2017년에 나온 이정서님의 번역으로 나온 어린 왕자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책이다. 이정서님의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는 달구별이라는 아이디를 가지고 있는 이의 메일로부터 시작된다. 현재 나와 있는 어린 왕자의 번역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의문을 품는 내용이다.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었다며 다시 번역한 이정서님에게 어린 왕자도 다시 번역해 주실것을 권유하고 있다. 현재 번역되어 나와 있는 어린 왕자는 영어나 일본어에서 번역된 책들이다. 불어로 쓰여진 어린왕자가 한 번 다른 언어로 번역의 과정을 겪고 다시 그 언어에서 우리 나라 말로 번역되면서 의역이나 오역이 발생했다. 이것은 번역의 역사에서 의역을 하는 이들이 진짜 실력있는 자들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어서 아마도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정서님은 이 점을 감안하여 원문을 중심으로 번역하며 기존의 어린왕자와 다른 느낌의 인사말, 낮춤말과 높임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원문의 어린 왕자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이정서 번역의 어린 왕자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고민하고, 찾아보고, 단어 하나가 나오기까지,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번역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어린 왕자는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주었다. 단어에 집중하게 되고, 문장마다 끝맺음이 어떻게 나는지 집중하게 되고, 어린 왕자와 파일럿의 마음도 더 깊이 알게 된 것 같다. 집에 있는 어린 왕자책과 이정서님의 번역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니 문장의 흐름도 더 부드럽고,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린 왕자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 왕자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해되었고,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도 더 가깝게 느껴졌다. 번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되었고, 우리 나라 출판계에서 번역가로 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원작자가 의도한 뜻과 느낌을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번역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출판계가 되기를 바란다.